홍준표 사퇴…한나라號 어디로 가나

2011-12-09 15:41

(아주경제 박재홍 기자)한나라당 홍준표 대표가 9일 전격적으로 사퇴를 표명하며 한나라당은 새 지도부 출범 5개월 만에 또 다시 표류하게 됐다.
 
 홍 대표는 이날 오후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을 재창당 수준으로 쇄신하고 내부정리 후에 사퇴하고자 했던 제 뜻도 기득권 지키기로 매도되는 것을 보고 저는 더이상 이자리 있는 것이 무의미 하다 판단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7일 오전 유승민 원희룡 남경필 최고위원이 사퇴의사를 밝히며 사실상 지도부가 붕괴된지 이틀만에 한나라당 ‘홍준표 체제’는 5개월 만에 막을 내렸다.
 
 지난 10·26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쇄신과 개혁에 대한 당내 목소리가 커지는 가운데 지도부 사퇴론이 불거졌음에도 불구, 홍 대표는 ‘사퇴카드’와 ‘당쇄신안 발표’ 등을 통해 사퇴압박에 버텨왔다.
 
 그러나 세 명의 최고위원 사퇴를 사실상 거부하고 전날 발표한 공천혁명과 재창당준비위 발족 등의 당쇄신안에 대해 당내 부정적 목소리가 커지자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홍 대표는 “지난 5개월 동안 내년 총대선에 대비해왔으나 그러나 무상급식 주민투표에 이은 돌발적 서울시장 보선,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이후에 디도스 사건 등 당을 혼돈으로 몰고가는 악재가 연달아 터졌다”며 “이 모든 것은 제 부덕의 소치”라고 말해 사퇴가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밝혔다.
 
 홍 대표의 사퇴는 지난 서울시장 선거 패배 이후 여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예견된 결과였다는 것이 대체적 분석이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결과를 통해 민심이 여권으로 부터 등을 돌렸다는 사실이 확인돼면서 수도권 의원들을 중심으로 한 위기론이 급격하게 번지면서 청와대와 당 지도부에 대한 책임론이 계속해서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사퇴의 결정적 역할을 한 것은 실질적으로 당내 최대 영향력을 가진 박근혜 전 대표의 의중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박 전 대표는 10·26 재보선 이후 ‘홍준표 체제 유지’에 힘을 실으며 홍 대표의 버팀목이 돼 왔으나 각종 악재가 이어지면서 한나라당의 현 지도체제에 대한 위기감을 심각하게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최구식 의원의 수행비서가 중앙선관위 홈페이지의 디도스(DDoS.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이 여권에 대한 비판 여론에 기름을 부으면서 기존의 정책쇄신만으로는 현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는 분석이다.
 
 전날 홍 대표가 발표한 쇄신안에 대해 친박(친박근혜)계에서도 부정적 반응이 나타난 것도 이 같은 박 전 대표의 의중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홍준표 체제가 지난 7·4 전당대회 이후 5개월 만에 막을 내림에 따라 일단 한나라당은 당헌 당규에 따라 황우여 원내대표의 대표 권한대행 체제로 운영될 전망이다.
 
 다만 홍 대표의 사퇴와 함께 박 전 대표가 당의 전면으로 나설 것이 확실시 됨에 따라 박 전 대표가 어떤 입장을 밝히느냐가 향후 한나라당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