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건설경기 침체에 '빚'만 는다…단기차입 지난해 2배 증가

2011-08-18 11:45

(아주경제 이정은 기자) 건설경기 침체에 따라 건설사들이 짊어진 빚의 무게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 올들어 8월 16일 현재까지 건설사들의 단기차입 건수가 전년동기 대비 2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는 등 건설업계 재무건전성이 우려되고 있다.

18일 건설업계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 16일까지 건설사들의 단기차입금 증가결정은 모두 13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7건보다 약 2배 늘어난 것이다.

진흥기업과 고려개발은 이 기간 3번씩 단기차입금을 늘렸으며 풍림산업, 벽산건설, 성지건설, 울트라건설, 진흥기업,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승화명품건설 등 8개사는 각각 1건씩 늘렸다.

반면 지난해 단기차입금을 늘린 회사는 성도이엔지, 벽산건설, 신일건업, 지에스건설, 금호산업, 신원종합개발, 남광토건으로 7곳에 불과했다.

건수뿐만 아니라 총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올해들어 단기차입금 총액은 9923억7480만원으로, 전년동기 총액(6914억2000만원) 대비 43.53% 늘어났다.

일반적으로 건설사들은 회사채를 발행해 자금을 마련하는 것을 선호한다. 만기 도래가 길어 재무안정성을 높일 수 있고, 저금리로 인해 금융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건설사가 회사채를 발행할 신용도에 미치지 못하면 만기 1년 미만으로 빌리는 단기차입이 점점 늘어나게 된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건설사들이 회사채를 발행하는 것보다 단기차입을 늘리는 것은 확실히 재정건전성 측면에서 좋지 않은 징후"라고 말했다.

또다른 전문가는 "중소건설업체들이 단기차입을 늘리는 것은 유동성 부족탓"이라며 "유동성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선 초기 입주율 50% 이상, 미분양 매각률을 40% 이상 달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올들어 단기차입을 3차례나 늘린 고려개발은 지난 2일 장기차입금 상환을 위해 다시 차입금을 늘리는 등 '빚을 빚으로 막는' 형편이다.

지난 5월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에 돌입한 효성그룹 계열사인 진흥기업도 ‘경영정상화계획 이행을 위한 특별약정서’에 따라 3차례나 단기차입을 늘렸다.

차입과 동시에 진흥기업은 400억원대 인천 재건축 정비사업계약을 수주하는가 하면 이달 들어서는 경기 고양시 일산 백석역 인근에서 오피스텔과 단지내 상가를 분양하며 꾸준히 자구노력을 펼치고 있다.

진흥기업 관계자는 “워크아웃 프로그램안에 단기차입이 포함돼 있다”며 “단기차입은 늘었으나 최근 백석역 인근 오피스텔 분양이 무리 없이 진행되고 있는 등 차근차근 개선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