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위기로 길 잃은 부동자금 증가… 실물경제 타격 우려

2011-08-16 16:24

(아주경제 이재호 기자) 글로벌 경제위기로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이 늘고 있다.

위기가 장기화할 경우 부동자금이 더욱 증가할 수 있어 자칫 실물경제에 투입될 유동성 부족 현상까지 나타날 우려가 있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 요구불예금과 머니마켓펀드(MMF), 종합자산관리계좌(CMA), 양도성예금증서(CD), 증권사 투자자예탁금 등을 포함하는 단기자금 규모는 600~700조원 수준이다.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최근 미국 신용등급 강등이라는 대형 악재까지 출현하면서 단기자금 규모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단기자금인 CMA 잔액은 지난 12일 현재 40조169억원이다. 지난 5일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가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AAA’에서 ‘AA+’로 한 단계 하향 조정한 후 일주일 만에 4000억원 가량 늘었다.

증권사의 고객예탁금도 12일 현재 20조6283억원을 기록 중이다. 이는 투자자들이 증시 투자를 위해 예치해둔 자금으로 올 들어 15조~17조원 수준을 유지하다가 이달 들어 20조원대로 껑충 뛰었다.

단기 부동자금이 늘고 있는 것은 국내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증시의 경우 코스피 지수가 한때 1700선까지 밀렸다가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매수로 1800선을 간신히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고 은행에 돈을 맡기기도 어렵다.

현재 은행권 수신금리는 3%대 중반으로 물가상승률보다 낮은 수준이다. 한국은행이 연내 기준금리 동결 기조를 유지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 만큼 수신금리는 답보를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부동산 시장도 매매 수요가 사라지면서 좀처럼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럽 재정위기에 미국 실물경제 위기까지 겹치면서 투자 심리가 극도로 위축돼 있다”며 “하반기에도 이 같은 현상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돼 부동자금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유동성이 실물경제로 흐르지 않고 정체돼 있는 현상이 장기화할 경우 기업들의 자금 조달에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임 연구위원은 “금융권과 실물경제의 연계성이 약화돼 있는 상황에서 부동자금까지 늘어나면 자금이 제대로 순환하지 못한다”며 “결국 돈줄이 막힌 기업들의 경영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