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發 신용위기 확산으로 '통화 스와프 상설화' 재부각

2011-08-16 15:43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미국 신용등급 강등으로 경기침체(더블딥)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유로존 핵심국가인 프랑스가 재정적자 급증과 신용등급 강등설에 휘말리고 있다.

이른바 ‘프랑스 신용공포’가 세계경제를 또 다시 위협에 빠뜨릴 수 있는 새로운 불안요인으로 부각되고 있는 것.

전문가들은 채권시장에서 대거 자금이 이탈했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비교하기엔 현재 금융시장은 큰 무리가 없다는 평가다.

하지만 프랑스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신용경색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은행 부채 가운데 유럽계 은행 자금이 절반을 차지하는 등 프랑스 재정위기가 대규모 외화유출과 급격한 환율 변동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외환 관리를 철저히 하고 미리 유동성을 확보해 대외변수로 인한 환율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미국 등 선진국과의 통화 스와프를 상설화하거나 유럽중앙은행(ECB)과의 통화 스와프를 체결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이유다.

◆프랑스 신용공포 확산…그래도 2008년과는 달라

프랑스 재정위기 문제가 불거지자 ECB가 15일(이하 현지시간) 유로존 국채 220억유로(약 34조원) 어치를 매입했다.

최근 이탈리아와 스페인 국채 금리가 급등하는 등 위기가 불거지자 ECB가 예상보다 많은 양의 유로존 국채를 매입한 것.

하지만 투자자들은 유로존 경제대국인 이탈리아와 프랑스 국채까지 매각하고 있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국가채무가 세계 4위에 달하는 프랑스는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를 기록하는 등 경제 상황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에 유입된 투자자금 가운데 30% 가량이 유럽계 자금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채권 시장에서 대거 자금 이탈이 진행됐던 2008년 리먼사태 때와는 근본적으로 상황이 다르다는 입장이다.

유럽계 대형 은행들이 부채 축소(디레버리지)에 니서 신흥국에서 자금을 회수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며 성급한 판단을 경계하고 있다.

오석태 SC제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유럽계 은행들이 대출자금을 회수하는 단계까지는 오지 않았다”며 “현재 원·달러 환율이 폭등한 것도 아니고 외환보유액이 우려될 상황은 아니다”고 진단했다.

◆'통화 스와프 상설화' 재부각

하지만 프랑스 재정위기가 현실화하면 국내 금융 및 외환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프랑스는 독일과 함께 유로존을 떠받치는 핵심 국가다. 양국은 4400억유로에 달하는 유럽재정안정기금의 절반 정도를 부담하고 있다.

그 규모가 큰 만큼 위기 상황에 대비해 ECB와 스와프 라인을 구축하자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아울러 유로화로 스와프해도 결국 달러로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미국과의 통화 스와프 상설화도 재부각되고 있다.

지금까지의 통화 스와프는 양자간 약정으로 시한이 정해져 있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지난 2008년 10월 한국과 미국이 체결한 300억달러 통화스와프 약정이 대표적 사례다. 이는 두 차례 만기 연장 끝에 지난해 2월 종료됐다.

당시 '제2의 외환위기'에 빠질 것이라던 국내 금융시장은 미국과의 스와프 체결 소식에 급속도로 안정된 바 있다.

무엇보다 달러가 기축통화라는 점이 주효했다. 당시 미국은 원화가 필요하기 않았고 또 달러를 직접 찍어내는 주조국이라는 점에서 일부 개도국을 선별해 이른바 '호혜적 조치'를 실시할 수 있었다.

이에 현재 주요 20개국(G20) 차원에서 논의되고 있는 '통화 스와프 상설화'를 조속한 시일 내에 추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유로존과의 통화 스와프 체결은 실현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분석이다.

유로존은 개별 국가들이 유로를 찍어내지 않기 때문에 EDB와 맺어야 하는데, 유럽이 새로운 위기의 진원지라는 점에서 유로화 스와프가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다.

허인 대외경제연구원(KIEF) 거시경제팀장은 “결국 원화가 필요한 유럽 국가들과 스와프를 해야 한다는 건데 수요가 있을지 모르겠다”며 “유로로 직접 스와프 하지 않고 달러로 한다고 하더라도 유럽 외환보유액도 충분하지 않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 이코노미스트도 "유로존 국가와의 통화 스와프 보다는 미국과의 스와프를 상설화하는 게 현실적으로 더 가능하고 효과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