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침체 우려에도 물가안정 우선해야
2011-08-11 16:27
(아주경제 이미호 기자) 미국 신용등급 강등 여파로 인한 전세계적 경기침체 우려에도, 우리나라의 경제정책 방향은 '경기진작'보다는 당분간은 '물가안정'으로 가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농축수산물 가격 변동폭이 커지면서 물가상승 타깃이 서민들의 '식탁물가'에 맞춰져 있는 상황이다. 서민들의 물가 체감도가 오르면 인플레 기대심리를 부추길 수 있다.
이날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3.25%로 동결하면서, 사실상 마지막 금리인상 기회를 놓쳤다는 분석이다.
게다가 최근 외국인들의 주식 매도로 인한 원·달러 환율 상승 조짐으로 수입 물가 압력도 높아진 상태다.
현재 각국은 '닥터 둠' 루비니의 예언이 현실화됐음을 피부로 절감하고 있다. '소프트 패치(경기상승 국면 중 일시적 침체)'에 손을 들어줬던 수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더블 딥(이중 침체)'으로 입장을 바꿨다. 각국의 정책당국도 '재정쇼크' 확산을 우려해 곳간 점검에 여념이 없다.
특히 미국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오는 2013년까지 제로금리 유지를 공식 발표하자, 주요국들은 물가보다는 경기부양을 위한 대책 마련으로 방향을 틀었다.
제조업이 취약한 미국의 경우, 대부분의 공산품을 수입하기 때문에, 소비자물가지수는 에너지와 원자재 등 글로벌 변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실제로 미국 소비자물가상승률은 최근 금융시장 혼란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눈에 띄게 완화하고 있다. 지난 2월 2.1%를 기록했던 상승률은 3월 2.6%, 4월 3.13%, 5월 3.6%까지 올랐지만 6월에는 전달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뿐만 아니라 상대적으로 물가상승률이 높은 중국과 브라질도 물가상승 억제와 경기 부양책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모양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기습폭우 등 이상기후로 신선채소류 가격이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서민반찬으로 불리는 계란값도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우유값도 낙농업 농가들이 원유 공급을 중단하기로 하면서 도마에 오른 상태다.
박주영 산은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미국 경기침체 가시화라는 변수가 등장했지만 우리나라의 경우, 당분간 물가안정에 주력해야 한다"며 "이상기후 영향으로 농산물 변동성이 워낙 커 8월 물가도 4%이하로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