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수해로 시름하는데, 여권 수뇌부는 ‘휴가중’

2011-08-04 18:49

(아주경제 송정훈 기자) 이명박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 수뇌부가 폭우 피해 수습 등으로 바쁜 상황에서 여름휴가를 떠나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4일 “이 대통령은 지난 3일부터 7일까지 4박5일간 지방의 한 휴양지로 가족과 함께 여름휴가를 떠났다”고 말했다. 내수진작과 공무원의 휴가 보장을 위해 이 대통령이 휴가를 떠났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한나라당 홍준표 대표도 같은 날 1박2일 일정으로 고향인 경남 창녕으로 가족과 함께 휴가를 갔다. 지난달 5일 대표로서 공식 업무를 수행한 이후 지친 심신도 달래고 민심 수렴차원에서 공향방문을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시기다. 지난달 말 중부지방 폭우로 피해 수습이 한창 진행중이며 이번 주말부터 9호 태풍 ‘무이파’가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다.

또 병역면제 등 각종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한상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리는 상황에서 여권 수뇌부가 자리를 비울 수 있느냐는 지적이다.
 
 민주당 고위관계자는 “일하는 정부, 일하는 국회를 표방하는 여권의 수뇌부가 많은 현안을 내팽게치고 휴가를 떠나버리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다”며 “휴식을 취하더라도 폭우 피해 수습과 지원대책 등을 제대로 마련하고 떠나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이 대통령의 경우, 이미 수십명의 인명 피해를 동반한 폭우 피해와 함께 태풍으로 인한 수해까지 겹치면 민심수습이 어려워질 수 있는 상황이다. 야권에서는 지난 2005년 7월 당시 이해찬 국무총리가 장맛비로 남부지역에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한 상화엥서 제주도에서 골프를 친 사례와 비교하면서 대여 공세를 펼 태세다.
 
 민주당 한 인사는 “지금 상황에서 휴가를 가는 거나 6년 전 이 총리가 골프를 친 거나 국민들 시선에선 같을 것”이라며 “대통령이 아랫사람들 휴가를 챙겨주기위해 솔선수범 했다던데, 말이 안된다. 직원들의 휴가를 보내고 자신은 남아 일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게자는 “태풍 피해 상황 등이 우려되는 만큼 이 대통령의 휴가 기간이 짧아질 수 있다”며 조기 복귀 가능성을 내비쳤다.
 
 홍 대표 측도 “지금 상황에서 휴가를 즐길 정치인이 누가 있겠느냐”며 “서민들의 생활고를 듣는 것도 집권당 대표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의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