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케미칼 中 공장엔 태극기가 없다?

2011-02-28 11:56

한화케미칼 중국 닝보 PVC 공장의 내부 전경. 제품 포장이 이뤄지고 있다.

(아주경제 이재영 기자)중국 부두 화물취급능력 2위(1위 상해)의 항구도시 닝보. 신라와 당나라의 교역 거점이었던 이 유서 깊은 도시에서 한화케미칼이 세계 굴지의 화학회사들과 함께 중국 대륙 공략을 위한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나섰다.

한화케미칼이 중국 닝보시의 다셰 개발구에 설립한 30만t 규모의 PVC 공장이 이달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다셰 개발구는 여수의 오동도처럼 육로와 연결된 섬이다. 물길을 건너 공장에 도착하고 보니 중국의 오성홍기는 높이 걸렸는데 태극기가 없다.

공장 직원이 “중국은 오성홍기를 가장 높이 달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며 “태극기를 밑에 걸 수는 없으니 아예 달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해준다. 세계 최대 경제국가로 급성장 중인 중국의 또다른 단면이다.

정부 통제가 심한 중국에서 공장을 운영하는 부담은 상당하다. 실제 한화케미칼의 닝보공장도 중국 정부의 전력 통제로 인해 작년 8월 준공 이후 상업생산이 수개월 연기되는 고충을 겪었다.

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은 “돌이켜 보면 무모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중국말을 할 줄 아는 사람도 거의 없고 인허가 문제를 비롯해 공사 내내 비가 내리는 등 커다란 숙제가 많았다”고 회상했다.

그러나 “한국인 특유의 도전 정신과 한화 정신으로 극복했다”는 홍 사장의 말처럼 닝보 공장은 이달 상업생산 시작부터 가동률 100%를 달성하는 놀라운 현지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철저한 현지화 전략과 고품질 제품 양산 등을 통한 차별화된 경쟁력을 확보한 데서 비롯된 성과물이다.

한상흠 한화케미칼 닝보법인장은 “영업을 확실시 하기 위해 동부 연안 지역 내(상해, 절강, 광동) 직원을 파견해 360개 업체를 방문하고 그 중 100여개 업체에 판매를 실현했다”며 “또한 대부분 대리상을 통해 거래가 이뤄지는 중국에서 우리는 지역·업종별 최우량 고객에 대한 직거래로 차별화해 중국내 시장 저변을 확대했다”고 밝혔다.

홍기준 한화케미칼 사장이 중국 PVC공장 가동과 관련된 소회를 밝히고 있다.

△“품질로 차별화 하겠다”

가동률 100% 조기 달성의 근본 원동력은 무엇보다도 ‘품질’이다. 한상흠 법인장은 중국시장 공략 전략을 “품질로 차별화 하겠다”는 말로 표현했다.

그는 “중국 PVC의 80%가 카바이드 공법을 통해 제조된다”며 “그러나 이는 환경오염이 심하고 전력사용량이 많을 뿐 아니라 품질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리스크 분산 차원에서 일반 제품을 15% 이내 생산, 유지하고 있을 뿐 나머지는 모두 필름 등에 쓰이는 최고 등급의 제품”이라며 “고객의 평가 내용에 따르면 상업생산을 시작한 직후 이미 품질 수준이 2~3위 정도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또다른 현지 직원은 “품질 1위가 대만의 포모사(Formosa)인데 올해 6월이면 따라 잡을 듯하다”고 귀띔했다.

△전기료 오르면 유리하다?

중국 정부가 또다시 작년처럼 전기 공급을 통제해 전기료가 인상된다면 어떨까? 한화케미칼은 오히려 유리하다고 말한다. 경제적인 공법을 통해 전력 사용량을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의 닝보 PVC공장은 에틸렌에 무수염산을 활용해 PVC를 생산하는 공정을 적용했다. 무수염산은 MDI(디페닐메탄디이소시아네이트, 폴리우레탄 등의 원료로 쓰이는 화학물질)를 생산할 때 발생하는 부산물로 인근에 위치한 중국 최대의 MDI업체인 완화(Wanhua)에서 공급받기로 해 원가경쟁력을 확보했다.

더욱이 무수염산을 활용한 PVC 공법은 중국 내 주류인 카바이드(Carbide) 공법은 물론 일반적 에틸렌공법보다 전기를 덜 사용한다.

한상흠 법인장은 “카바이드공법의 전기 소모량이 PVC 1t당 7.6MW이고 일반적 에틸렌공법이 2.1MW인 반면, 닝보공장은 0.5MW밖에 사용하지 않는다”며 “전기값이 오를수록 우리는 경쟁사 대비 원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어 오히려 좋다”고 설명했다.

△최적의 입지… 벌써 2차증설 준비

닝보시가 속해 있는 중국의 화동지역(절강성, 강소성, 상해 등)과 화남지역(광둥, 복건 등)은 플라스틱 가공 산업이 발달해 중국 내에서 PVC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이다. 에틸렌 공법 고품질 PVC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데 반해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 매년 해외에서 100만t 정도를 수입해 오고 있는 것.

이러한 풍부한 수요를 바탕으로 한화케미칼은 벌써부터 2차 증설을 준비하고 있다. 향후 이 지역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PVC를 공급해 연간 3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홍기준 사장은 “내수 중심기업에서 글로벌 기업으로의 변신을 핵심으로 하는 비전 ‘글로벌 케미칼 리더 2015(Global Chemical Leader 2015)’를 달성하기 위한 중요한 행보”라며 “2015년 매출 9조와 영업이익 1조2000억원을 실현하는 기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