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명예회복 남자농구 '절반의 성공'

2010-11-26 22:14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명예 회복'을 기치로 내걸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출전했던 한국 남자농구가 '절반의 성공'이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한국은 26일 중국 광저우 인터내셔널 스포츠 아레나에서 열린 중국과 결승에서 잘 싸웠으나 71-77로 아쉽게 무릎을 꿇었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 '명예 회복'이 절실했다. 그동안 아시아에서 '적어도 중국 빼고는 다 이긴다'는 자존심 하나로 2인자를 자처해왔지만 최근 아시아권 국제 대회에서도 참패에 가까운 성적에 그쳤기 때문이다.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 우승과 2003년 중국 하얼빈 아시아선수권대회 준우승을 마지막으로 아시아권에서 결승에도 오르지 못한 한국 남자농구는 '우물 안 개구리'라는 달갑지 않은 오명을 뒤집어써도 할 말이 없었다.

2005년 카타르 도하 아시아선수권대회 준결승에서는 중국에 49-93으로 참패를 당했고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는 5위에 그쳐 1958년 도쿄 대회 이후 48년 만에 메달권 진입에 실패했다.

특히 지난해 중국 톈진에서 열린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역대 최악의 성적인 7위에 그치는 충격적인 결과를 떠안았다.

'더는 안 되겠다'는 여론이 팽배해지면서 대한농구협회와 KBL이 함께 국가대표 운영협의회를 만들어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명예 회복을 하자고 뜻을 모았다.

이번 대회에서 비록 원했던 금메달은 목에 걸지 못했지만 그동안 농구계가 합심해 보여준 준비 과정은 칭찬을 받을 만하다.

KBL은 프로농구 출범 이후 최초로 국제 대회 기간에 리그를 중단하는 강수를 두며 대표팀을 최우선으로 여겼고 10개 구단 역시 선수들의 대표팀 차출에 이견을 달지 않고 협력하며 이번 대회 선전의 밑거름을 놨다.
   
협회 역시 그동안 기득권으로 볼 수 있었던 대표팀 운영 및 관리를 대폭 KBL에 양보하는 대승적인 행보로 앞으로 프로와 아마추어가 협력해 대표팀 전력을 극대화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국내 최고 명장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유재학 모비스 감독이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고 미국프로농구(NBA)에서 감독 최다승 2위에 올라 있는 레니 윌킨스를 기술고문으로 영입하며 명예 회복에 시동을 건 대표팀은 두 차례에 걸친 미국 전지훈련 등 전에 없이 강도와 밀도가 높은 훈련을 통해 담금질을 계속했다.

중국과 잘 싸우고도 2위에 머물러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번 대회 성적이 갖는 의미는 우리도 체계적인 과정을 통해 준비하면 아직 아시아에서 충분히 정상급 기량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는 저력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다만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중동의 강호들이 광저우 아시안게임에 불참하거나 대거 2진급을 내보냈고 중국 역시 NBA에서 뛰는 야오밍이나 이젠롄이 빠진 가운데서도 목표였던 금메달을 걸지 못했다는 사실은 아직 '와신상담'의 기간이 더 필요하다는 점을 말해준다.

이번 대회를 통해 최근 이어진 내림세에서 반전의 기틀을 마련한 한국 농구가 2012년 런던 올림픽 출전권이 걸린 2011년 레바논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는 누구도 이견을 달 수 없는 확실한 명예 회복을 이뤄주기를 많은 팬이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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