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춤의 기원은 처용춤..처용은 본래 꼽추였다"

2010-11-12 16:52

(아주경제 인터넷뉴스팀 기자)  한국 전통 몸짓인 병신춤의 기원은 처용춤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수업 진주문화연구소 이사장은 12일 춘천 축제극장 '몸짓'에서 열린 '우리 몸짓의 기원, 병신춤의 역사와 유래'라는 강연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김 이사장은 "지금 세상에 알려진 처용의 모습은 키가 크고 얼굴이 잘생긴 사나이로 묘사되고 있으나, 이는 조선 초기에 궁중 악제의 정리를 마무리하고 만든 '악학궤범'에서 비롯된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이같이 반듯한 처용의 모습은 세종대왕이 조선 왕조의 지도 이념인 성리학의 미의식에 맞춰 바꾼 것"이라며 "세종이 처용의 이미지를 바꾸기 이전 처용은 꼽추였다"고 주장했다.

   이어 "애초 꼽추였던 처용과 곱사춤인 처용춤은 궁중 밖에서 줄곧 이어져 내려왔고, 삶에 진저리가 난 고려말의 충혜왕이나 우왕, 조선의 연산군 등 임금들도 즐겨 이 춤을 추었다"고 밝혔다.

   또 그는 "영남지역 처용춤은 본래 처용의 모습 그대로 이어져 19세기 초 곱사춤으로 표현됐다"며 "처음부터 곱사춤인 처용춤은 고려와 조선왕조를 거쳐 대표적인 병신춤으로 정착했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채희완 부산대 교수(춤 평론가)는 "병신춤은 춤출 수 없는 몸을 가지고 춤출 수 있는 데로 나아가는 춤이기에 육체 해방의 의미가 담겨 있다"며 "불구자가 불구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자기 폭로의 춤이자 자신이 사는 사회가 비정상임을 허물 잡는 자기비판, 사회 비판의 춤"이라고 정의했다.

   또 "이 춤은 그늘진 삶을 살아온 사람들의 원한 맺힌 어둠의 춤이자 그늘진 곳에서 밝은 곳으로 옮겨가는 신명의 춤"이라며 "정상의 몸, 정상의 사회가 될 때까지 누구나 추어야 할 춤이자, 사람과 사람이 화해하고 친교하는 지극히 인간적인 춤"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강연에 앞서 창작 병신춤 공연인 놀이패 신명의 '일어서는 사람들' 공연과 김석규 놀이패 한두레 대표가 강의하는 고성 오광대 문둥춤 워크숍도 열렸다.
news@ajnews.co.kr
[아주경제 ajnews.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