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헤즈볼라, 끈끈한 유대관계 배경은

2010-10-13 21:58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이 13일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지지자들의 열광적인 환영 속에 취임 후 처음으로 레바논을 공식 방문했다.

베이루트공항 주변 도로에 길게 줄지어 선 헤즈볼라 지지자 수천명은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을 태운 차량이 지날 때 환영의 뜻으로 꽃잎과 쌀을 던지며 열렬하게 환호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헤즈볼라 지지자들이 이란 대통령에게 이처럼 열광하는 것은 이란과 헤즈볼라의 깊은 유대관계에 기인한다.

이란과 헤즈볼라의 밀월관계는 헤즈볼라 조직이 결성된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 후 결성된 헤즈볼라는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을 이끌어낸 루홀라 호메이니의 이념을 따랐고, 이란은 이스라엘의 세력 확장을 막기 위해 헤즈볼라 대원들에 대한 군사훈련 등 군사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란은 현재까지도 매년 다량의 무기를 헤즈볼라에 지원하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란과 헤즈볼라는 무기 커넥션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이지만 이스라엘과 서방은 각종 증거를 들이대며 헤즈볼라에 대한 이란의 무기 지원이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지중해에서 나포된 선박에서 첨단무기 500t이 발견됐을 때나 같은 해 12월 태국에서 북한제 무기 35t이 적발됐을 때에도 이스라엘은 이란이 헤즈볼라에 보내려던 무기였다고 주장했다.

이란은 아울러 2006년 이스라엘의 침공으로 폐허가 된 레바논 남부 지역의 재건 비용 명목으로 헤즈볼라에 현재까지 10억달러를 지원하는 등 우의를 과시하고 있다.

이란의 지원금은 주로 헤즈볼라가 운영하는 건설사 지하드 알-비나에 전해져 남부 지역 재건사업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 회사는 이란의 자금을 받는다는 이유로 미국의 금융제재 대상에 지정되기도 했다.

헤즈볼라는 지난 6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이란에 대한 제4차 제재 결의안을 놓고 표결할 당시 레바논이 기권표를 던지도록 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며 이란에 힘을 실어줬다.

표결에 참여한 15개 이사국 중 터키와 브라질만이 반대표를 던지고 레바논이 기권함으로써 결국 제재를 막진 못했지만 이는 이란과 헤즈볼라 사이의 끈끈한 관계를 다시 한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러나 이란과 헤즈볼라 간 공고한 협력관계가 레바논 모든 정파로부터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레바논 친서방 정파인 `3.14 동맹'은 아마디네자드가 레바논을 지중해의 이란 기지로 삼으려 한다고 비난하며 그의 방문을 탐탁지 않게 보고 있다.

헤즈볼라에 반대하는 정치인과 변호사, 활동가 등 250여 명도 아마디네자드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이란이 레바논을 이스라엘과의 전쟁으로 이끌어가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레바논 국민들의 환대와 비난이 엇갈리는 상황 속에서도 레바논 남부 이스라엘 접경 지역 방문을 강행할 예정이어서 그의 방문을 둘러싼 논란은 더욱 확산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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