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국제경기서 이스라엘 피하기 논란

2010-09-19 22:49

이란 체육당국이 국제대회에서 이스라엘과의 경기를 피해 왔던 관행을 개선하려다 국내 반발로 인해 좌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스포츠기구는 국제대회에서 이스라엘과의 경기 거부와 관련, 새 가이드라인 수립을 추진했지만 국내 반발로 계획이 백지화됐다고 아랍에미리트(UAE) 일간지 `더 내셔널'이 19일 전했다.

이란 스포츠기구의 대표는 새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을 담은 서한을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 지도자에게 보낸 것으로 알려졌지만 체육계와 정계 전반에 걸친 거센 반발로 서한 발송 사실을 뒤늦게 부인하기도 했다.

이란은 팔레스타인을 무단 점령했다는 이유로 이스라엘을 국가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국제대회에서도 이스라엘 선수와의 대전을 피해 왔다.

이스라엘과의 경기 보이콧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더욱 강화돼 3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지난달에도 싱가포르에서 열린 청소년올림픽 태권도 결승전에서 이란 선수는 이스라엘 선수와 대전이 예정돼 있었지만 부상을 이유로 출전을 포기하고 금메달을 헌납했다.

레슬링이나 유도 등 격투기 종목 뿐 아니라 수영과 같은 비접촉 종목에서도 이란의 이스라엘 기피 관행은 계속돼 왔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100m 남자 평형 경기에서는 이란과 이스라엘 선수가 각각 1번, 7번 레인에 배정됐지만 이란 선수는 출전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이라는 국명 사용을 금기로 여기고 대신 `시오니스트 제국'이라는 명칭으로 부르는 이란의 정서를 감안하면 이스라엘 경기 보이콧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단지 상대 선수가 이스라엘인라는 이유만으로 경기를 해 보지도 않고 기권해야 하는 상황은 젊은 이란 운동선수들의 꿈을 박탈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비난도 고조되고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등 대다수 국제스포츠기구는 스포츠에 정치 논리를 적용할 경우 해당 국가에 징계를 가할 수 있지만, 이란은 기권 사유로 체중 감량 실패, 부상 등을 제시하며 징계를 피해 왔다.

이란의 한 스포츠평론가는 "이란과 이스라엘 선수들의 경기력이 더욱 향상되고 있어 국제대회에서 만날 기회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며 "이란 당국이 이스라엘 경기 보이콧을 국제스포츠기구에 정당화하는 것이 더욱 어려워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