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 리스크'에 경기회복 신중론 고개

2010-02-04 18:43

지금까지 올해 5% 성장에 '낙관적'인 입장을 취해 온 정부가 이른바 'G2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신중론'으로 급선회하는거 아니냐는 분석이 설득력있게 나오고 있다.

4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미국의 은행규제와 중국의 금리인상 등이 불거져 국제 금융시장에 불안감을 드리우고 있는 가운데  재정부는 이날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서 열린 '비상경제대책회의'에 '최근 경제여건 점검 및 대응방향'을 보고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G2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올해 5% 성장목표를 위해 확장적 정책기조를 유지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불안해 하는 모습이 적지 않게 눈에 띄고 있다.

◆ 정부, 대외환경 '좌불안석'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로서는 대외환경 악화는 국내 성장에 치명적으로 작용해 왔다. 올해 5% 국내 경제성장목표에 신중론이 거론되는 배경은 무엇보다도 중국의 유동성 관리, 미국의 금융규제 강화와 함께 유럽의 신용불안 우려 등 국제환경 변화가 우리에게는 좋지 않은 쪽으로 작용할 개연성이 크다는 데 있다.

정부는 IMF(국제통화기금)와 세계은행(WB)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을 최근 각각 3.9%와 2.7%로 잇따라 상향조정하는등 회복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이같은 불안요인이 불거지면서 하방위험 요인이 커지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

재정부는 다만 이날 발표한 '2010년 경제동향'에서 중국과 미국 등 이른바 'G2'에 대한 분석에서 중국의 정책변화는 단기적으로 국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으나 수출 등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분석했다.

◆ 경상수지 150억 달성 '보수적'→'중립적'

정부는 주요국들의 긴축정책 및 유럽의 신용불안 외에도 유가상승, 환율하락 등 금융시장불안이 올해 국내 성장에 마이너스 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 급등한 원화가치는 1월중 무역수지를 11개월만에 적자로 반전시키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에따라 울해 경상수지 목표 달성에도 적신호가 켜진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정부는 당초 올해 경상수지 목표액이 지난해 사상 최대를 기록한 450억 달러 흑자에서 크게 줄어든 150억 달러 내외로 설정했다.

환율하락은 서비스수지 적자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올해 경제를 마냥 낙관적으로 볼 수 없게 하는 잣대로 인식되고 있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이날 오전 기자브리핑을 통해 "경상수지는 보수적으로 150억 달러 흑자를 잡았지만 현재는 '중립적'인 입장으로 바뀌었다"고 말해 낙관적 인식이 조금씩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재정부는 "유가상승, 환율하락에 따른 서비스수지 악화 등이 흑자감소 요인"이라며 "계절적 요인으로 1~2월과 7~8월에는 경상수지가 소폭 적자 또는 균형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물가 불안…부동산 들썩일 조짐

정부의 또다른 고민은 시장에 유동성이 풀리면서 물가가 들썩거리고 있다는 점이다. 연초 한파와 폭설로 1월 장바구니 물가(생활물가)가 전년동월대비 3.8% 급등하며 14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등유(14.5%), 도시가스(7.5%) 등 에너지 비용 뿐만 아니라 시금치(70.3%), 감자(59%), 상추(40.7%), 명태(37.7%) 등의 가격도 크게 올랐다.

윤 국장은 중국, 인도 등 아시아 물가 리스크와 관련 "중국의 여신 및 통화증가율이 상당히 빨라 물가나 자산시장에 영향을 주고 있다"며 "우리도 영향을 받지 못할 거라는 말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특히 부동산 등 자산시장이 들썩일 조짐이 일 경우 필요시 추가적인 규제조치를 강구해서라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계획이다. 물가불안이 장기화할 경우 기준금리 인상 등 요구가 커져 경기회복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편 전날 재정부가 '최근 경제여건 점검 및 대응방안'이라는 예고에 없던 보도계획과 함께 이날 오전 브리핑을 추가한 것에도 궁금증이 일고 있다.

기자브리핑을 갖게 된 배경을 묻는 질문에 윤 국장은 "오늘 아침 대통령 주재 점검회의에서 낸 것"이라면서도 "내려올 필요성에 대해서는 저도…"라고 말해 다소간의 혼선이 있었음을 시인했다.

아주경제= 김선환 기자 shkim@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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