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민의 광화문통신) 구본무 LG 회장의 미련

2009-10-12 17:56
IT미디어부 차장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LG그룹의 통신사업이 내년 초 LG텔레콤·LG데이콤·LG파워콤 등 통신 3사의 통합에 따라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LG그룹은 그동안 LG데이콤-LG파워콤 합병에 이어 상황에 따라 LG텔레콤까지 합병한다는 당초 계획을 전면 수정하고 3사 통합이라는 초강수를 띄웠다.

'1등 주의'를 강조해온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만년 골찌'에 머물고 있는 통신사업에 대해 한 때 포기까지 생각했으나 이제는 생존과 도약을 위해 '통합'이라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LG 통신 3사는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위태위태했다. 통신 계열사들의 실적이 부진한데다 2003년 이슈가 됐던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 인수가 불발로 그치면서 통신사업 포기설까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LG텔레콤, LG데이콤, LG파워콤 등 3사가 가입자 확대, 매출 증가 등 실속경영을 통해 독자 생존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면서 LG 통신 3사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다.

구 회장은 이러한 통신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내년 초 출범할 LG 통신 3사의 통합법인에 기대를 걸고 있다.

3사 통합을 통해 컨버전스 시장에서 경쟁력을 강화하고 차세대 시장을 선점해 '꼴찌 탈출'을 해보겠다는 의지다.

이번 통신 3사의 통합은 (주)LG와 LG텔레콤이 주도하고 있다.

(주)LG는 3사 통합 후 합병법인의 지분 30% 이상을 보유할 것으로 보인다. (주)LG는 현재 LG텔레콤과 LG데이콤의 지분을 각각 37.37%, 30.04%를 보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LG는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게 되고 통신사업을 직접 컨트롤하며 차세대 시장에서 새로운 도약을 노린다는 전략이다.

구 회장의 결단은 KT-KTF 합병으로 통신시장이 KT-SK텔레콤 2강체제로 더욱 고착화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시작됐다.

2강체제가 고착화할 경우 LG의 통신사업은 경쟁력이 더욱 약화돼 결국에는 존폐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LG텔레콤 관계자는 "LG데이콤-LG파워콤 합병으로 컨버전스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에서 그동안 3사 합병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해왔다"고 말했다.

결국 컨버전스 시장에서 KT와 SK텔레콤에 주도권을 내줄 경우 LG는 생존을 위협받게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또한 4G 시장에서 기대를 걸고 있는 LG텔레콤은 3사 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우고 시장의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석이다.

통신업계 한 고위관계자는 "LG의 3사 통합 추진은 사실상 예고된 일"이라며 "LG그룹에서는 통신사업에 대해 큰 기대를 하고 있지 않지만 차세대 시장에서 승부를 걸어보기 위해 3사 통합이라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 통신 3사는 내년 초 통합을 통해 매출 8조원에 달하는 종합통신기업으로 거듭난다.

그동안 후발사업자로서 기를 펴지 못하고 근근히 버텨온 LG에게 이번 3사 통합은 차세대 시장에서 새롭게 도약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LG의 도약으로 국내 통신시장이 3강체제로 자리잡고 건전한 경쟁을 통해 업계 전체가 발전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아주경제= 김영민 기자 mosteven@aj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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