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금 지급을 기대하는 주식 투자자가 기업의 배당 규모와 금액을 모른 채 일단 주주가 돼야 했던 '깜깜이 투자' 문제가 사라질 전망이다. 기업이 분기배당 기준일을 배당액 결정 이후로 지정할 수 있도록 바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융위원회는 27일 배당절차 및 기업공시 제도개선을 위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법률 개정을 통해 결산배당에 이어 분기배당 시 깜깜이 배당 문제를 해소할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고 설명했다. 또 신규상장, 사모 전환사채 등 관련 기업공시 사각지대를 줄이고 공시의무 위반 시 과징금 수준을 합리화해 투자자 보호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배당기준일을 3월, 6월, 9월 말로 규정한 부분을 삭제하고 기업이 이사회 결정 또는 정관을 통해 배당액 결정 이후로 배당기준일을 정할 수 있게 했다. 분기말로부터 45일 이내에 개최하는 이사회에서 배당액을 결정하고 투자자들은 그 이후 지정된 배당기준일까지 투자 판단과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된다.
과거 결산배당도 12월말이 배당기준일이었고 배당액 결정은 이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이뤄졌기 때문에 깜깜이 투자가 이뤄졌다. 하지만 정부가 지난 2023년 1월 상법 제354조에 대한 유권해석을 통해 '주주총회 의결권기준일'과 배당기준일을 분리할 수 있게 했고, 기업이 배당기준일을 12월말이 아닌 배당액결정 이후로 지정할 수 있게 했다. 이후 상장사 1008개사가 개선된 결산배당 절차를 정관에 반영했고 올해 2023년 결산배당을 시행한 321개사 중 109개사가 개선된 절차로 실제 배당을 실시했다.
금융위는 "분기배당 시행 기업이 평균적으로 높은 배당성향을 보이는 등 이른바 '배당주' 성격을 지닌 경우가 많기에 이번 분기배당 절차 선진화는 배당 목적의 중장기 투자 활성화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신규 상장법인 투자자 보호를 위한 정기보고서 공시 강화 내용도 담았다. 앞으로 신규 상장법인은 직전 사업보고서뿐 아니라 분기·반기보고서도 공시해야 한다. 이제까지는 직전 사업보고서 공시(제출) 의무만 있고 직전 분기·반기 재무정보 공시의무가 없었다. 그래서 신규 상장법인이 상장 과정에 제시한 예상 실적에 현저히 못 미치는 실적을 거둔 사실이 길게는 3개월 뒤에야 드러나 주가가 급락하는 일도 있었다.
기업이 신주인수권부사채와 교환사채를 포함한 전환사채 발행 시 최소 납입기일 1주 전에는 주요사항보고서를 공시하도록 했다. 대부분 사모로 발행되는 전환사채 등은 납입기일 직전 발행사실을 공시해, 법령 등을 위반한 경우에도 주주가 상법상 가능한 발행중단을 청구하기 어려운 문제가 있어 이를 보완했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2년 사모 전환사채·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사례 중 납입기일 당일이나 1일 전 공시가 이뤄진 비율이 19.7%였고 납입기일 당일부터 6일 전 기간에 제출된 비율이 43.9%였다.
이밖에 주식 5% 이상 대량보유자에게 부여되는 공시 의무를 위반할 경우 과징금 부과 한도를 시가총액 10만분의 1에서 1만분의 1로 10배 상향했다. 상장법인의 과징금 한도를 최소 10억원으로 상향 조정해 소규모 상장법인 대상 과징금 제재를 강화했다.
개정된 법의 분기배당 절차 개선 내용은 공포 즉시 시행되고, 기업공시 관련 내용은 공포 후 6개월 뒤부터 시행된다. 금융위는 공시 관련 내용 시행 전까지 하위 규정을 개정하고 금감원, 거래소와 협의해 제도 개선사항을 안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