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내년 상반기에 집중적으로 기준금리를 추가 인하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지난 10·11월 두 차례 연속으로 기준금리를 낮춘 데 이어 내년 1월 3연속 인하로 성장을 중시하는 경기 부양 목적의 통화정책을 전면화할 수 있다는 의미다.
한은은 25일 '내년 통화신용정책 운영방향' 보고서에서 "기준금리는 물가상승률이 안정세를 지속하고 성장의 하방압력이 완화될 수 있도록 하는 한편 금융안정 리스크에도 유의하면서 경제상황 변화에 맞추어 추가적으로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물가상승률이 안정된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정치 불확실성 증대, 주력업종의 글로벌 경쟁 심화, 통상환경 변화 등으로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확대된 점을 고려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은은 내년 경제성장률을 1.9%로 전망했는데 비상계엄 사태 이후 불안한 정국과 긴축 예산안을 고려하면 성장률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큰 만큼 이를 감안해 통화정책을 운용하겠다는 의미다. 다음 달 20일 출범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중국발 덤핑 공세도 한은이 예상하는 주요 성장 하방 요소다.
다만 1500원대를 위협하며 고점을 높이는 원·달러 환율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요소다. 한은은 금융안정 측면에서는 "가계부채가 거시 건전성 정책이 원활히 작동하면서 둔화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나 원·달러 환율을 비롯한 금리 인하의 부작용을 점검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대내외 정치 불확실성 등이 환율 변동성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전날 금융안정보고서에서도 한은은 부동산 가격이 둔화 국면에 접어들어 내년 기준금리 추가 인하 여건이 갖춰졌지만 환율 변동성 확대를 고려해 통화정책을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가뜩이나 환율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데 금리 인하가 위험 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원화 표시 자산의 투자 매력을 낮추면서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미 정책금리 격차, 미국 신정부의 보호무역주의 강화, 글로벌 달러 강세 등도 환율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장정수 한은 금융안정국장은 "내년 통화 정책은 금리 인하 기조에 있기 때문에 추가 금리 인하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환율도 실물적 물가에 영향을 미치는 것 뿐만 아니라 심리에도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통화정책의 주요 고려 사항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