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사례 모두 수출은 호황이었다. 이번에는 수출 둔화 조짐이 뚜렷한 가운데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에 따른 통상 여건 악화가 예정된 상황이다. 한국 경제를 뿌리째 흔들 퍼펙트 스톰이 닥쳐오고 있다.
10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추진되던 당시 내수도 큰 타격을 받았다. 사회적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탓이다.
2016년 4분기 민간소비 성장률은 0.2%로 전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0.8%)을 크게 밑돌았다. 소매판매액(불변)지수 역시 전년 동기보다 2.2% 증가하는 데 그쳤다. 같은 해 1분기(4.7%)·2분기(5.5%)·3분기(3.2%)와 비교해 큰 폭으로 둔화한 것이다.
더 과거로 가보면 2004년 3∼5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 진행될 시기에도 소비심리는 급격하게 위축됐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2004년 1분기(-0.5%)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4분기에 들어서야 겨우 1%대를 회복했다. 분기별 성장률도 1분기 1.4%에서 2분기 0.8%, 3분기 0.3%, 4분기 0.8% 등 줄곧 0%대가 이어지다 2005년 2분기가 돼서야 1.9%로 반등했다.
문제는 내년 한국 경제가 과거 두 차례 탄핵 정국 때보다 훨씬 더한 불황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연간 경제성장률은 2004년 5.2%, 2016년 3.2%로 저성장 위기감이 높지는 않았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원래도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있었는데 정세가 불안해지면서 급한 소비는 미루고 꼭 필요한 소비만 하게 될 것"이라며 "내수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1.5% 수준까지 낮춘 이유다. 이마저 비상계엄과 탄핵 등 변수가 발생하기 전 수치다. 정치 혼란이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본격화하면 1%대 초중반으로 떨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권구훈 골드만삭스 선임이코노미스트는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8%로 유지하지만 리스크는 점점 더 하방으로 치우치고 있다"며 "2004년에는 중국 경기 호황, 2016년에는 반도체 사이클의 강한 상승세 등 외부 순풍에 도움을 받았지만 2025년에는 중국 경기 둔화와 미국 무역 정책 불확실성 등 외부 역풍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