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소추안이 무산된 이후 한국 내 민주적 절차와 평화 시위 보장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외신들은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길어지는 가운데 윤 대통령의 정치적 미래가 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 바이든 미 행정부 당국자는 7일(현지시간) 윤 대통령 탄핵 무산 상황에 대한 미 정부의 입장을 묻는 한국 언론 질의에 “미국은 오늘 국회의 결과와 국회의 추가 조처에 대한 논의에 주목했다”고 밝혔다. 이 당국자는 “한국의 민주적 제도와 절차가 헌법에 따라 온전하고 제대로 작동할 것을 계속 촉구한다”며 “이를 달성하기 위해 한국의 관련 있는 당사자들과 접촉을 유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평화롭게 시위할 권리는 건강한 민주주의의 필수적인 요소이며 모든 상황에서 존중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향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시위에 대한 한국 정부의 강행 진압 등은 있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한·미 동맹의 굳건함과 한국의 정치적 혼란을 틈탄 주변국의 어떤 도발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뜻도 확인했다. 미 당국자는 “우리 동맹은 여전히 철통 같다. 미국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에 전념하고 있다”며 “미국 국민은 한국 국민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한국의 연합 방위태세는 여전히 굳건하며 어떤 도발이나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됐다”고 덧붙였다.
美언론 “韓, 정치적 혼란 지속될 것”
한편 외신들은 탄핵안 부결로 인해 한동안 한국의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미 워싱턴포스트(WP)는 “표결 불발은 추가적인 정치적 혼란과 대통령 사임에 대한 대중의 요구 증대를 촉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윤 대통령 탄핵 시도가 실패로 끝나면서 이번 주 짧은 계엄령 발효 이후 한국을 뒤흔든 정치적 격변과 불확실성이 길어지게 됐다”고 보도했다.
유럽 주요 언론들은 윤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서 살아남았지만 그의 정치적 미래가 밝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 가디언은 실시간으로 한국의 탄핵정국 관련 뉴스를 전하는 라이브 페이지에서 “탄핵안 불발은 5년 단임 임기 중 3년에 조금 못 미치는 윤 대통령의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을 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탈리아 코리에레델라세라는 “윤 대통령은 적어도 당분간 대통령직을 유지하겠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지도부는 다음 주에 탄핵안을 다시 발의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 매체는 새로운 탄핵 절차 외에도 윤 대통령이 아마도 법적 책임을 묻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자진 하야를 통해 대통령직에서 스스로 물러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놨다.
한국의 주변국들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무산을 비중 있게 전하면서 향후 여파에 주목했다. 요미우리신문은 8일 사설에서 사태 수습까지는 갈 길이 멀고 향후 전개 상황은 예측을 불허한다면서 “혼란이 더 확산하는 것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사설에서 “한국 정치의 혼란이 계속될 전망”이라며 “한·미·일 3국의 협력이 흐트러지면 북한과 중국에 대한 억지력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사히신문은 “개선 흐름을 타던 한·일 관계의 앞날을 전망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도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상황에 대해 비상한 관심을 나타냈다. 관영 신화사는 실시간으로 속보를 내며 탄핵 투표 상황을 전했고, 봉황망 등 일부 중화권 매체들도 우리 국회 상황을 실시간으로 중계했다. 중국중앙TV(CCTV) 역시 국민의힘 의원들의 본회의장 이탈 등 상황을 설명하며 “결국 탄핵 소추안은 여당의 저항에 부딪혀 통과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