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의 로스앤젤레스(LA) 다저스 소속 오타니 쇼헤이 선수가 펼친 전대미문의 활약이 일본과 미국 야구 시장의 판도를 바꾸어 놓고 있다. 오타니가 미·일 양국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또한 막대하다. 반면 일각에서는 ‘오타니 신드롬’으로 인한 ‘빛’과 함께 ‘그림자’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점차 커지고 있다.
오타니는 지난 겨울 인기 팀인 LA다저스와 10년간 총액 7억 달러(약 9800억원)의 초대형 계약을 맺은 데 이어 올해 2월에는 전격 결혼을 발표했다. 그의 언론 노출은 전보다 더욱 증가했고, 유명세에 걸맞은 실력도 유감없이 발휘됐다. 오른쪽 팔꿈치 수술의 영향으로 타자에 전념한 결과 MLB 역사상 최초로 시즌 50홈런-50도루를 달성했고, 팀 전체로도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루며 그 어느 때보다 압도적인 한 해를 보냈다.
이 같은 맹활약 속에 오타니는 내셔널리그 이적 첫해에 만장일치로 MVP로 선정되며, 지명타자로서 최초의 MVP라는 또 하나의 수식어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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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교수는 “한 선수의 활약으로 인한 결과 차원을 벗어나서 광고에 출연한 기업의 매출이 늘어나는 등 ‘사회 현상’으로서 경제 효과가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다저스가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면 그 이상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했는데, LA다저스가 올해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한 만큼 오타니로 인한 경제 효과는 더욱 막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오타니를 미국 프로스포츠 사상 최고 수준의 연봉에 영입한 LA다저스는 본전을 찾고도 남는 상황이다. 오타니의 영입 효과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것은 스폰서 수입이다. 다저스는 올해 고와(興和), 다이소(大創)산업, 기노시타(木下) 그룹, 야쿠르트, THK 등 많은 일본 기업들과 파트너십 계약을 맺었다. 오타니 개인이 일본항공(JAL)과 후원 계약을 맺고, 다저스가 전일본공수(ANA)와 새롭게 계약을 맺는 동종업계 스폰서 간의 분업화 사례도 있었다.
스폰서십 데이터 분석 회사인 스폰서 유나이티드(Sponsor United)의 밥 린치 최고경영자(CEO)는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다저스의 올해 스폰서십 수입이 전년보다 약 7500만 달러(약 1000억원)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2022년에는 10개 구장에서 11개 브랜드의 일본 기업 광고를 볼 수 있었다면 올해는 15개 구장에서 35개 브랜드까지 늘어났다. 여기에 일본 공영 NHK가 오타니의 경기 대부분을 중계하면서 다저스가 원정팀으로 방문하는 구장도 수혜를 입었다.
MLB도 톡톡히 덕을 보고 있다. 올해 MLB 시즌 총관중은 7135만명으로 2017년 이후 가장 많은 관중 기록을 세웠다. 젊은 층인 18~34세 TV 시청률도 올라갔다. 젊은 세대의 ‘야구 이탈’ 현상으로 고민하던 MLB가 오타니 효과로 새로운 활로를 찾은 셈이다.
한편 오타니의 활약 속에서 일본 프로 야구(NPB) 스타들도 MLB의 문을 잇따라 두드리고 있다. 최근에는 NPB 최연소 퍼펙트게임의 주인공인 사사키 로키(23·지바 롯데)가 MLB 도전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가운데 한편에선 일본 야구가 ‘MLB 2군’으로 전락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들린다. 2022년 MLB의 총수입은 1조4000억엔(약 12조7000억원)인 데 반해 NPB는 비상장 기업을 감안한 추정치로 1500억~2000억엔(약 1조4000억~1조80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온라인 매체 다이아몬드 온라인은 “미·일 간 규모 차이를 바꿀 수 없는 이상, 다른 수단으로 수입을 늘리는 방법을 MLB에서 배워야 한다”면서 “야구계의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MLB처럼 야구계 전체가 하나의 회사로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 즉 ‘NPB 주식회사’라는 관점에서의 경영 개혁이 필요하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