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격이 양극화되면서 같은 서울 내에서도 아파트 가격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사례가 생기고 있다.
28일 아주경제가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에 의뢰해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전국에서 분양한 아파트 272개 단지 중 3.3㎡(평)당 공급가격이 가장 높은 아파트 단지와 가장 낮은 단지의 가격 차이가 16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내에서도 분양가 격차는 뚜렷하게 벌어졌다. 서울 지역에서 분양이 진행된 31개 아파트 단지 중에서 구로구 개봉동 일대에 공급되는 '개봉 루브루'는 평당 분양가가 2693만원으로 서울에서 가장 낮게 집계됐다. 포제스한강 1채를 구입할 돈으로 개봉루브루 5채를 구입할 수 있는 셈이다. 고분양가로 논란이 됐던 포제스한강을 제외하더라도 서울 내 분양가 차이는 더 벌어졌다. 포제스한강 다음으로 서울에서 높은 분양가를 보인 강남구 청담동 '청담 르엘'은 평당 분양가가 7593만원으로, 청담르엘 1채를 구입할 돈으로 개봉루브루 2.8채를 구입할 수 있다.
지난해와 비교해도 분양가 격차는 더 커졌다. 지난해 서울 지역에서 분양이 진행된 37개 아파트 단지 중에서 가장 높은 분양가를 보인 단지는 강남구 도곡동 '도곡월드메르디앙로즈하임'으로 평당 분양가가 5968만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가장 낮은 분양가를 보인 단지는 서울 공릉지구에서 분양된 신혼희망타운 단지로 평당 2427만원이었다. 같은 강남 내에 지어진 단지인데도 1년 새 평당 분양가가 1625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민간 아파트의 분양가는 날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발표한 '10월 말 기준 민간아파트 분양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민간아파트의 평당 평균 분양가는 4695만2000원으로 서울의 아파트 분양가가 전국 평균보다 약 2.5배 높은 수준이다. 이는 기존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던 9월보다 6.13% 상승한 수치고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45.76% 상승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아파트 분양가는 역대 최초로 3년 연속 평당 200만원대 상승을 기록 중이다. 올해 10월 기준 전국 아파트 분양가는 평당 평균 2041만원으로 전년 1800만원 대비 241만원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2년 평당 평균 1518만원으로 전년(1305만원) 대비 213만원이 오른 이후 지난해 283만원이 더 올랐고,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200만원대 상승을 기록한 것이다. 아직 11~12월분의 집계가 남았지만 분양가 상승이 지속되고 있어 올해도 200만원대 이상 상승은 확실시된다.
이전까지 한 번도 200만원대 상승을 기록한 적이 없었으나 2022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으로 200만원대 상승 중인 그야말로 ‘역대급’ 고공행진이다. 2021년 이후 현재까지 736만원이 오른 것으로, 전용 84㎡ 타입 한 채가 3년 만에 약 2억5000만원이 오른 셈이다.
서울은 이 기간 3.3㎡당 2657만원이 올라 84㎡ 한 채에 9억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으며, 경기도는 618만원이 올라 84㎡가 2억원 이상 올랐다. 421만원으로 수도권에서 가장 낮은 상승폭을 보인 인천도 84㎡ 한 채에 1억4000만원 이상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분양가가 급등한 데에는 대지비와 자잿값, 인건비 등 공사비가 오른 영향이 크다. 분양가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부동산 상급지'로 여겨지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의 분양가 차이가 더욱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내년부터는 '제로에너지 건축물 인증 의무화'까지 더해지며 더 큰 폭의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는 핵심지역만 오르는 지가 상승의 경향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의 차이로 이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또 아파트 공급 부족에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으로 수요가 한쪽으로 몰리는 경향이 심화되면서 분양가 양극화 현상이 더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것과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의 차이, 땅값의 차이 등 여러가지 복합적인 요인들이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것"이라며 "당분간 이런 현상은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