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안팎에서 '플랜B' 대선 주자로 언급되는 김동연 경기도지사를 만났다.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1심 선고 이후 사법 리스크가 현실화하며 '비명계(비이재명계)' 유력 인사들의 행보가 두드러지는 등 어수선해진 분위기를 진화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대표와 김 지사는 21일 민주당 국회의원들과 함께 경기 수원시에 있는 한 전통시장을 찾아 소상공인의 목소리를 듣고, 지역사랑상품권(지역화폐) 예산 반영 의지를 밝혔다. 지역화폐는 이 대표의 대표 정책 브랜드 중 하나로 경기지사 재임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강조해 오고 있다.
김동연 지사 역시 "경제가 몹시 어렵다. 골목상권과 전통시장, 소상공인 여러분들이 민생의 어려움을 현장에서 가장 많이 겪고 계실 것"이라며 "(정부가) 제대로 된 경제 인식 속에서 제대로 나아가야 할 경제 정책 방향을 찾아야 하는데 여러 가지로 역주행하고 있는 모습이 대단히 우려스럽고 안타깝다"고 지적했다. 이후 이들은 웃으며 대화를 나누다 함께 호떡을 나눠먹기도 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 대표가 김 지사에게 수원 일정 동행을 제안하면서 성사됐다. 강민석 경기도 대변인은 이날 별도의 언론 공지를 통해 "민주당 측의 공식 참여 요청이 있었다"면서 "정치 갈등으로 인해 양극화되고 있는 나라 현실을 걱정하며, 국민 통합과 화합의 길을 찾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날 회동을 두고 이 대표가 공직선거법 사건 재판에서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이후 비명계 유력 인사들을 향한 여론의 관심이 높아지자 이를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란 해석이 나온다. 민생 경제 이슈를 고리로 '원팀'을 부각해 진보 진영 분열 우려를 불식하려는 의지가 담겼다는 것이다.
비명계 인사들은 지난 15일 이 대표의 1심 선고 이후 기지개를 켜고 있다. 다만 아직 '이 대표를 대체할 대선 주자'라는 이미지를 부각하지는 않고 있다.
김 지사는 지난 20일 국회를 방문한 후 기자들과 만나 검찰의 이 대표 추가 기소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뭉개기 수사를 하는데, 공정하고 법치에 맞는지, 민주주의에 맞는 것인지 다시 한번 유감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며 이 대표를 감쌌다.
'신 3김(김 지사,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으로 계속 회자되는 것에 관한 질문에는 "민생이 어려운 엄중한 상황에서 '신 3김'이나 '플랜B'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계파색이 옅은 민주당의 한 의원은 이날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에 대한 선고는) 낙선자에 대한 무차별적 정치 보복과 사법 살인이라고 생각한다"며 "검찰의 사법 탄압이 너무 심한 상황이라 (비명계가) 다른 것을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고, 정치적 행보라 하기도 어렵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