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은행이 연말 가계대출 관리를 위해 비대면 신청을 막으면서 보험사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풍선효과’가 커지고 있다. 보험사 중 다수는 올해 주택담보대출 물량을 모두 소진했거나 아예 신규 접수를 하지 않는 곳도 있다. 보험사 역시 대출 금리를 높이며 선제 대응에 나서는 모습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이날 비대면 창구를 통한 일부 주담대 갈아타기 상품 판매를 무기한 중단했다. ‘우리WON주택대출’ 갈아타기 상품 중 오피스텔과 연립·다세대 담보 대출 판매를 별도로 통지할 때까지 접수하지 않는다. 이미 지난 5일부터 판매를 중단했는데 해당 상품만 기간을 연장한 것이다.
은행들이 연말 들어 가계대출 관리를 더 강화하는 배경엔 금융당국의 압박이 있다. 당국은 연초 제출했던 계획보다 가계대출 증가율이 높은 은행에는 내년 더 낮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관리 목표를 설정하겠다는 방침이기 때문이다. 대출 한도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에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오히려 잔액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보험사로 대출 수요가 쏠리는 부작용이 생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한화생명은 이달뿐 아니라 다음 달 주담대 물량까지 모두 소진됐다. 현재 신청받고 있는 건 내년 1월에 실행 가능한 물량이다. 주담대 신청은 대출 실행일 기준 60일 전부터 가능한데, 신청할 수 있는 시점이 도래하자마자 ‘오픈런’이 이뤄지고 있다.
이러한 '대출 완판'은 올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지난 9월 한화생명은 주담대 실행 물량이 나흘 만에 동났고, 이어 10월부터 다음 달까지 4개월째 조기 소진이 이뤄졌다. 통상 저축은행이 아닌 보험사의 주담대 물량이 일찍 소진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저축은행 역시 대출 관리에 나서다 보니 보험사로 수요가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다른 보험사 사정도 마찬가지다. NH농협손해보험은 지난달 주담대가 조기 소진되며 한시적으로 취급을 중단했고, 흥국생명은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물량이 조기 소진되면서 신규 주담대 접수를 다시 중단했다. 하나생명은 지난달부터 신규 주담대 신청을 아예 받지 않고 있다.
대출 수요가 보험업계로 쏠리자 보험사도 금리를 올리며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올해 8월부터 지난달까지 주담대 금리를 동일하게 4.92~5.52%로 유지했던 현대해상은 이달 들어 우대금리를 0.1%포인트 줄이며 4.72~5.82%로 높였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같은 기간 각각 4.52~5.07%, 4.50~5.21%에서 4.61~5.77%, 4.56~5.47%로 하단을 최대 0.09%포인트 올렸다.
보험권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상황이 다른데, 주담대 신청이 너무 많아 아예 신규 취급을 중단한 곳도 있다”며 “은행 대비 보험사가 공급하는 주담대 물량이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조기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