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원·달러 환율에 외환당국은 물론 내년 사업계획 수립에 한창인 기업들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최근 미국이 우리나라를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하면서 향후 외환 정책 운용의 폭도 위축됐다. 트럼프 트레이드 효과로 1400원대 환율이 '뉴노멀'이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정부·기업의 해법 마련이 중요해졌다.
18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전거래일보다 3.6원 내린 1395.2원을 기록했다. 지난주 장중 1410.6원까지 치솟으며 연고점을 경신한 환율은 차익 실현 수요에 따른 엔화 강세와 달러 약세로 일시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으로 분석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미국의 환율관찰 대상국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 것도 악재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14일(현지시간) '주요 교역 대상국의 거시경제 및 환율 정책' 반기 보고서를 통해 중국, 일본 등과 함께 한국을 환율관찰 대상국으로 지정했다.
2016년 4월 이후 7년여 만인 2023년 11월 대상국에서 제외됐고 지난 6월 보고서에서도 빠졌지만 이번에 다시 포함됐다.
환율관찰 대상국 지정 기준 가운데 △15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에 해당하는 경상수지 흑자 등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한 결과다.
전문가들은 당장 수출 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대상국에 오르면 외환당국의 구두개입 등도 미국의 감시 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강달러에 대한 정부의 대응 능력이 약화할 수밖에 없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환율관찰 대상국 지정은) 수출 증가 등을 위해 환율에 인위적으로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시장 안정 조치는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1400원대 환율을 바라보는 정부의 시각이 크게 바뀌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내 경제 악화로 환율이 치솟았던 과거 사례와 달리 최근 환율 급등은 트럼프 리스크에 따른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사실상 심리적 용인 상태라는 분석까지 제기된다.
실제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이달 초 위싱턴DC 출장 중 기자들과 만나 "현재 환율은 과거의 1400원과는 다르게 볼 필요가 있다"며 "외환위기 당시의 환율 상승과는 질적으로 다르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고환율 장기화는 외국인 자본 유출, 수입물가 상승 등을 초래할 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한국은행도 환율이 금리 결정의 새로운 변수라고 언급하며 금리 인하가 지연될 가능성을 시사한 만큼 내수와 물가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