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17일 '주주 충실 의무' 상법 개정안과 함께 재계의 오랜 숙원인 '배임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방향과도 비슷해 여야 합의로 관련 입법이 속도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윤덕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국회에서 현안 기자간담회를 열고 "(배임죄 폐지는) 당 정책위원회와 원내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상법 개정안도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1일 한국경영자총협회를 방문해 경제활성화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배임죄 폐지를 포함해 관련 규정 완화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15일 최고위원회에서도 "검찰권 남용의 수단이 되고있는 배임죄 문제는 신중하게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형법뿐 아니라 상법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 등에도 규정돼 검찰 등 수사당국이 기업 및 오너 일가 대상을 수사할 때 적용하는 대표적 혐의이기도 하다. 재계에서는 "과도한 배임 처벌이 기업 경영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이에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완화 검토는 상법 개정안이 자칫 배임죄 소송 남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란 재계 우려에 일종의 '경영권 방어 장치'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 여기에 윤석열 정부의 정책 기조를 선제적으로 수용해 상법 개정안에 소극적인 여당을 압박하는 차원도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소액주주 이익을 책임 있게 반영하겠다"면서 상법 개정안을 언급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도 6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의 저평가)를 해결하기 위한 자본시장 개혁 과제로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에 주주를 추가하고, 배임죄를 폐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의 셈법은 복잡해졌다. 민주당이 진보진영의 강한 반발에도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에 동의하고, 배임죄 폐지까지 검토하며 윤 대통령이 제기한 '주주 충실 의무' 상법 개정안 통과를 추진하는 것에 적극 반대할 논리가 궁색해졌기 때문이다.
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5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자칫 잘못하면 민주당식의 무리한 상법 개정안 추진은 '코리아 부스트업 프로젝트'가 아니고 '코리아 기업을 부러트리는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며 "무리하고 성급한 상법 개정 추진을 일단 멈춰달라"고 반대 의사를 재확인했다.
이어 "여야가 머리를 맞대고 어떤 방식이 주주의 이익을 보장하고 기업의 경쟁력을 제고할 수 있을지 심도있게 논의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여당은 소액주주 보호조항이 담긴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안으로 제시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민주당이 상법 개정안과 배임죄 폐지를 함께 국회 본회의에 상정할 경우, 당론 반대보다 의원 자율 투표에 맡길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