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카드사들이 업황 악화 속에서도 3분기까지 2조원 넘는 순익을 기록했다. 다만 이 같은 실적 개선은 대출채권 매각이익 등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국의 대출조이기 기조 또한 카드사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어서 당분간 리스크 관리에 주력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17일 각 카드사의 실적 공시를 종합하면 3분기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BC·우리·하나)의 누적 당기순이익은 2조250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781억원) 대비 8.32% 늘었다.
특히 BC카드와 하나카드는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순이익이 크게 개선됐다. BC카드 관계자는 "자체카드 사업 등 신규사업 성장과 수익 개선 노력에 따른 결과"라고 설명했다. 하나카드는 해외여행 특화 서비스인 '트래블로그'를 선보이며 체크카드 시장의 강자로 떠오른 것이 영향을 미쳤다.
반면 롯데카드는 전년 대비 순익이 대폭 감소했다. 롯데카드 측은 지난해 상반기 자회사인 로카모빌리티 매각으로 인한 일회성 처분이익에 따른 착시효과라는 입장을 내놨다.
업계에선 이번 실적 개선세가 일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 순이익 중 대출채권 매각이익 등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앞으로 대출성 자산 확대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대출채권 매매이익은 장기카드대출(카드론) 등 카드사 대출성 상품의 채권을 외부에 팔아서 확보한 이익이다. 정상적인 채권 대신 연체가 발생한 부실채권을 팔아 수익을 얻고 건전성을 개선할 수 있다. 그러나 직접 회수시 예상되는 이익보다 더 싸게 매각할 수밖에 없고, 매번 대규모로 팔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카드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대출채권을 매각해 3685억원의 이익을 남겼다. 이는 금융감독원이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9년 이후 최대치다.
2금융권으로의 대출 풍선효과가 현실화한 점도 앞으로 카드사 실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38조원 수준이었던 카드론 잔액은 매월 역대 최대치를 갱신하며 9월 말 41조6870억원으로 늘었다. 카드사들은 카드론 등과 관련한 실적을 세부적으로 공개하지 않지만, 카드론 증가는 이번 실적 개선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은 2금융권에도 대출 규제를 확대하고 있어 앞으로 카드사의 실적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출채권 매각 규모를 키운 것이 일시적인 실적 개선에 영향을 미쳤다"며 "이런 상황 속 카드사들은 대출성 자산을 줄일 수밖에 없어 앞으로의 실적 전망은 부정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