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13일 경영권 분쟁 '승부수'로 계획했던 유상증자를 결국 포기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임시 이사회를 열고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자진 철회하기로 의결했다. 지난달 30일 보통주 373만2650주를 일반공모 방식으로 유상증자해 2조5000억원을 조달하겠다고 밝힌 지 14일 만이다.
고려아연이 일주일 만에 유상증자를 철회한 배경엔 '시장 혼란과 주주 피해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내부 목소리가 작용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외부 대형 로펌으로부터 법률 검토를 받아 가며 합법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하기 위해 공을 들였지만, 예기치 못한 시장 반발과 주주·투자자 피해에 '소탐대실'을 우려한 것이다.
이어 "기관투자자와 소액주주, 협력사, 시장의 이해관계자, 국민들과 더욱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겸허한 자세로 의견을 경청해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이라며 "이를 통해 주주총회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앞서 고려아연 경영진은 지난 12일 진행한 증권사 애널리스트 대상 콘퍼런스콜에서도 "유상증자는 유통 물량 증가, 주주 기반 확대로 분쟁 완화와 국민기업 전환을 도모하려고 했었던 취지였다"면서도 "시장 상황 변화와 투자자분들의 우려, 감독 당국의 정정 요구 등을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고 공식 사과한 바 있다.
고려아연 유상증자 계획이 철회되면서 기존 경영권 분쟁 구도에서 지분 싸움은 다시 이어지게 됐다. 현재 MBK는 공개매수 이후에도 고려아연 주식을 꾸준히 장내매수해 추가로 1.36%를 확보했다. 지분은 39.83%로, 의결권 있는 지분 기준으로는 약 45%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 회장은 유상증자 발표로 균열 조짐을 보였던 우호지분(백기사) 결속을 다지는 한편, 캐스팅보트인 국민연금공단 설득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