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활동 활성화를 위해 국내 대형 로펌 12곳이 참여 중인 '로펌공익네트워크'가 11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노인요양시설 내 학대문제 현황과 예방 등 개선방안’을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1부 발표에서 권금주 교수(서울사이버대학교 사회복지학과)는 ‘노인요양시설 내 학대 현황’ 주제발표를 통해 우리나라에서 시설학대는 노인주거복지시설, 노인의료복지시설인 생활 시설과 노인여가복지시설, 재가노인복지시설인 이용시설에서 일어나는 노인학대를 칭한다고 설명했다. 권 교수는 노인보호 전문기관의 권한 제한 속에서 이행해야 할 역할과 책임이 과다하고, 객관적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점과 시설 측의 학대 판정에 대한 저항 등을 언급하며 노인보호전문기관의 노인학대 개입 과정에서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어 김무영 과장(서울특별시 북부병원 가정의학과)이 ‘의료 관점에서의 노인요양시설 및 요양병원 내 학대’를 주제로 발표를 이어갔다. 그는 노인들의 치매 행동심리증상(BPSD)에 대해 언급하며 수면제와 안정제, 항정신성 약물 등 주요 고위험 약물의 사용에 대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또 국내와 해외의 요양시설 부담금을 비교하며 한국 요양보험의 미비한 점과 간병비 급여화 개선의 필요성을 언급, 노인 요양의 공공성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요양시설에서 신체적 학대와 의료 방치로 고통을 겪고 사망한 부친의 사례를 소개하기 위해 토론자로 나선 도중헌씨는 부친의 요양시설에서 틀니 파손, 보청기 관리 소홀, 갈비뼈와 척추 골절, 폐렴 등 심각한 학대사례를 소개하며 노인요양 시설의 노인학대 심각성에 대해 토로했다. 도중헌 씨는 노인보호전문기관 및 경찰에 신고했으나 경찰은 무혐의 결론을 내렸다며, 관리 부처와 경찰의 미온적 대응을 비판하고 노인 학대 근절과 요양시설의 철저한 관리 감독을 촉구했다.
2부 발표에서는 배광열 번호사(사단법인 온율)가 ‘노인요양시설 내 학대 예방, 대응체계의 문제점 및 개선사항’을 주제로 범죄로서의 학대와 권익옹호로서 학대 개념을 설명했다. 그는 노인학대의 경우 행정처분 기준을 따로 정하지 않고 있는 점을 강조하며 행정처분 차원에서 처벌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배 변호사는 “학대 범죄에 대한 처벌은 이루어져야 하나, 처벌을 통해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며 “현장의 구조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처벌 규정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노인 권익옹호체계는 피해자 구제와 더불어 학대 예방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노인 돌봄과 관련한 신기술들을 적극 적용하는 노력과 변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조문기 교수(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는 ‘노인요양시설 내 학대 문제 현황과 예방 등 개선방안’ 주제발표를 통해 개인의 권리 보호와 존엄성을 강조했다. 조 교수는 가해자의 법적 책임성도 중요하지만, 시설 입소 노인의 피해를 우려해 피해가 경미한 경우 적절한 처벌수위를 고려할 필요가 있고, 교육제도를 통해 학대교육 및 개선방안을 시설에 요구하는 시스템적인 해결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토론에 나선 이동우 사무관(국가인권위원회)은 노인의 안전과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신체 억제 사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마련하고,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구체적인 절차와 요건을 법으로 규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사무관은 “요양시설에서 약물 사용을 통해 노인의 행동을 통제하는 화학적 구속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하며, 향후 세미나를 통해 이를 공론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