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특정업무경비(특경비)와 특수활동비(특활비) 예산을 둘러싸고 법무부·검찰과 더불어민주당 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민주당이 주도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이를 전액 삭감하자 검찰 내부에서는 '이재명 수사 보복'이라며 반발이 들끓고 있다.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전국 주요 검찰청이 지난해 사용한 특경비의 일시·금액·장소 등 세부 지출 내용을 법사위에 이번 주 중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앞서 민주당이 지난 8일 법사위에서 '내역이 입증되지 않는 돈은 전액 삭감한다'는 방침에 따라 증빙자료 미제출 등을 이유로 내년도 검찰 특활비 80억여 원과 특경비 506억여 원을 전액 삭감하기로 의결하자 이 같은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법무부가 검찰 특경비 사용 내역을 국회에 제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민주당의 이 같은 조치에 검찰 안팎에서는 반발하고 있다. 검찰 예산 업무를 사실상 총괄하는 법무부 검찰과장인 임세진 과장(부장검사)은 '책임감과 무력감을 느낀다'며 사의를 표명했다. 임 과장은 "검찰이 밉다고 해서 특경비까지 다 삭감하는 것은 너무 무도하다"며 "아예 검찰청을 폐지하라는 것"이라고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찰청도 지난 8일 특활비와 특경비 예산 전액 삭감에 대해 "범죄로부터 국민을 보호하는 검찰 기능을 마비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경비는 검사와 6~9급 검찰수사관 등 전국 검찰 구성원에게 지급되는 비용인데 이는 디지털성범죄, 마약범죄, 산업재해 등 각종 민생 침해 범죄 수사부터 벌금미납자 검거활동, 지명수배자 검거활동 등 형 집행 업무에 이르기까지 검찰 업무 전반에 사용하는 필수 비용이라는 게 대검 측 설명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수사한 것에 대한 보복이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재경 지검의 한 검찰은 "수사 핵심은 밀행성인데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 활동에 사용하는 특활비를 공개하라는 것은 수사를 하지 말란 것"이라며 "특경비 전액 삭감도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마약 범죄나 딥페이크 범죄를 하지 말란 의미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어 "전액 삭감은 이 대표를 기소한 검찰에 대한 보복으로 해석될 우려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특경비 관련 판결에서 공개를 결정한 범위인 지출 일시·금액·장소 등 내역을 증빙자료에 담아 제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특활비는 기밀 유지가 필요한 수사에 투입되는 비중이 커 사용 내역을 증빙할 자료를 공개하기 어려워 추가로 증빙자료를 낼 계획이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한 시민단체가 2017~2019년 검찰총장 등의 특활·특경비 집행 내역을 공개하라며 낸 소송에서 법원은 특활비에 대해서는 집행일시(현금수령일)와 집행금액(수령한 액수)을, 일반 수사 전반에 쓰이는 특경비는 추가로 집행장소도 공개하라고 판시한 바 있다. 반면 수사 동향 유출 등을 이유로 특활비와 특경비 모두 수령인 이름과 집행 내용(집행명목)은 비공개 판결했다.
민주당은 세부 내역이 제출되면 예산을 다시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은 "라스트 찬스가 있기 때문에 법무부와 감사원은 위원장에게 자료를 성실하게 제출해 주시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