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회계사 앞에는 ‘덕후’란 수식어가 붙는다. 야구, 게임, 웹툰, 캠핑, 보드게임 등 그의 관심사는 한 분야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재무’란 안경을 쓰고 그가 바라보는 수많은 ‘취향’은 색다른 시각을 제시한다. 돈의 흐름에 관심이 있고 유튜브 좀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가 ‘원픽’으로 통하는 이유다.
재무 덕후가 바라본 취향과 돈의 흐름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 디캠프에서 만난 이 회계사는 “호기심이 많아서 재미있어 보이는 것은 다 해보거나, 파고든다. 남자들이 좋아할 만한 건 우선 알아보자는 식”이라고 말했다.최근 이 회계사는 이러한 ‘B주류경제학’의 온라인 콘텐츠 내용에 더해 자신의 인사이트를 담아 밀리의서재, 토스와 함께 종이책 을 냈다.
유튜브 영상만으로도 이미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데 굳이 책을 낸 이유가 뭐냐고 묻자, 그는 “쉽게 얻은 것은 쉽게 나간다”는 답을 꺼냈다. “유튜브는 쉽게 온다. 깊은 얘기를 20분 만에 얘기하기 때문에 영상을 보면 바로 이해가 되지만, 20분 후면 잊어버릴 수 있다. 책은 긴 호흡을 통해서 읽는다. 책으로 읽으면 되새길 수 있다는 게 다르다.”
‘알고 있는 것을 토대로 도움을 주자’는 그의 가치관도 책을 낸 이유 중 하나다. 이 가치관은 그가 이름과 얼굴을 알리게 된 계기이기도 하다. 이 회계사는 "돈을 좀 덜 벌어도 된다. 편히 살자"는 아내의 말에 2019년 망설임 없이 회계법인을 박차고 나왔다. '정 할 것 없으면 돌아가면 되지'라는 생각이었다.
그는 브런치에 재무제표 분석글 등을 올렸고, 글들이 인기를 얻으며 이름을 알렸다. 이후 아웃스탠딩, 삼프로 등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얼굴까지 알렸다.
회계사라는 전문성과 덕후력, 재빠른 눈치가 시너지를 발휘하며 인기를 끌었다. 그는 수많은 것을 단순히 해보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 이면을 파고들기 위해 재무란 도구를 사용했다. 다른 덕후들과 차별화된 지점이다.
“직접 해보거나, 사용해보거나 혹은 주변 사람들에게 묻는다. 그렇게 나름의 분석을 하다보면 '이 산업엔 이런 이슈가 있지 않을까?'라는 의문이 든다. 그리고 재무제표를 보면 '역시나 내 생각이 맞았구나' 혹은 '생각이랑은 다르네' 등의 답을 찾을 수 있다. 우리가 보고, 먹고, 쓰고, 벌고, 투자하는 모든 환경이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돈의 흐름으로 귀결된다. 경제 흐름을 설명하는 기초인 회계를 통해서 그 환경을 깊게 파고들 수 있다."
딱딱할 수 있는 재무 이야기를 쉽게 풀어낸 점도 인기 비결이다. “눈치가 빨라 다른 사람의 반응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설명할 때 상대방의 표정이 어두워지는지 혹은 편해지는지를 보면서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찾아낸다.”
취향을 통해 보는 비주류에서 주류로의 변화
빠른 눈치는 비주류에서 주류로 넘어가는 취향의 흐름을 포착하는 데도 도움이 됐다. 그는 “비주류만을 목표로 한 것은 아니지만, 평소 주목받지 못했던 영역에도 주목했다. 과거 비주류였던 것이 주류로 넘어오기도 한다. 어떤 산업들을 보고 '주류가 될 수 있겠다', '이래서 좋아하는구나' 등을 알 수 있다.”
Z세대의 취향에 다소 집중한 부분도 있다. “세상의 빠른 변화를 잘 따라가는 세대가 Z세대다. Z세대의 취향이 40~50대로 넘어가곤 한다. 예컨대 20대들이 런던 베이글을 자주 먹으니, 30~40대가 그 맛을 궁금해하는 식이다. 취향 얘기를 하다 보면 Z세대를 다루게 된다.”
그는 취향과 재무의 연결을 통해 우리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수 있다고 했다. “먹고 쓰는 모든 활동이 경제와 연관돼 있고, 경제를 알면 우리 삶을 풍성하게 해줄 것이란 믿음이 있다. 지적 호기심을 채우면서 얻는 소소한 기쁨이라고 할 수 있겠다. B주류경제학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읽고, 우리 삶의 변화를 생각해보는 계기를 갖길 바란다."
이 회계사는 대학생, 취업준비생, 사회초년생들에게 을 읽어보길 권했다. “자신들이 좋아하는 것들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읽으면, 스스로가 목표한 길에 정확하게 갈 수 있지 않을까. 지도를 그리기 위해서 그린 책은 아니지만, (길의 방향을 잡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