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세운상가 공중보행로는 1960년대 건축가 김수근 선생의 구상에 따라 종로에서 퇴계로까지 이어지는 보행 연결로로 계획됐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 구조물은 활용성이 떨어지고 도심 속 불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서울시는 2014년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으로 공중보행로 연결 구간을 확장하고 활성화를 시도했지만 감사원 조사 결과 보행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지상 상가의 일조권과 조망권을 침해한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이로 인해 공중보행로 철거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격화되고 있다.
지상 보행로는 보행자들에게 안전하고 편리한 환경을 제공하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기존 공중보행로는 좁은 공간과 기둥들로 인해 보행자 동선이 복잡해졌고, 일조권과 조망권을 방해해 상가 영업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반면 공중보행로 철거 시 개방적이고 밝은 환경을 제공해 보행자와 상권이 함께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된다. 시민들은 쾌적하게 보행할 수 있으며, 상인들도 개선된 환경 속에서 거리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다.
또한 지상 보행로는 도심의 경제적·사회적 활력 증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기존 공중보행로는 도심을 가로지르기는 했으나 보행자들이 공중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상권과 연결이 약해져 시너지 효과를 내기 어려웠다.
지상 보행로는 상권과 사람들을 직접 연결해 접근성을 높이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사회적 교류를 촉진한다. 이는 도심 경제 회복을 위한 중요한 기회가 돼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지속 가능성 또한 지상 보행로의 중요한 장점이다. 공중보행로는 노후화와 복잡한 유지 관리로 인해 지속적으로 관리 비용이 발생하지만 지상 보행로는 이러한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최근 민간 아파트 단지에서는 차량을 배제하고 보행자 중심의 설계를 지향해 거주민들이 안전하게 보행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특히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보행로와 녹지 공간을 통해 ‘차 없는 단지’를 실현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거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지역 사회 활성화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공공 부문에서는 지상 보행로 조성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때가 많다. 세운상가와 같은 도심 밀집 지역에서는 기존 구조물, 상권, 그리고 주차 공간 확보 문제로 인해 지상 보행 환경을 조성하기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공중보행로가 철거된 이후에는 녹지와 보행 공간을 확충하려는 노력이 더욱 필요해지고 있다.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는 단순한 구조물 철거를 넘어 서울을 사람 중심 도시로 전환시키는 상징적 이정표가 될 것이다. 철거 이후 새롭게 조성될 지상 보행로와 녹지 공간은 시민들이 쾌적하고 안전하게 걷고 머물 수 있는 새로운 도심 환경을 제공할 것이다.
결국 세운상가 공중보행로 철거 논란은 도시 설계의 중심을 '사람'에 두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귀결된다. 우리는 사람과 환경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 보행로는 단순히 이동을 위한 길이 아니라 지역 사회와 자연스럽게 연결돼 사람들이 쾌적하게 걸으면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 이를 통해 서울이 사람 중심의 도시로 거듭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