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공수처 수사 제3부(이대환 부장)는 전날 뇌물 사건 수사 중 사건관계인에게 압수물 등 수사자료를 사진촬영하게 하여 외부로 유출한 전직 부장검사 박모 변호사를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공수처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소속으로 근무했던 박 변호사는 2019년 11월 7일 군납업체 뇌물 사건을 수사하던 중 검사실에서 사건관계인 A씨에게 뇌물 사건 압수물 중 자필 메모를 사진 촬영하게 했고, 12월 4일엔 같은 검사실에서 A씨에게 뇌물 사건에서 압수수색영장으로 확보한 금융거래 정보를 사진 촬영하게 한 혐의가 적발돼 공무상비밀누설죄로 기소됐다.
이후 박 변호사는 대검찰청 중간간부로 일하다 지난 6월 일선 지검으로 전보됐고, 이후 검찰을 떠나 현재는 중소 법무법인 대표변호사로 활동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 관계자는 "본건 수사를 통하여 확보한 자료와 진술 등 확인되는 사실관계와 아래 판례의 태도를 종합적으로 검토한 결과 피고인에게 공무상비밀누설이 인정된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공수처는 이날 판례로 2017년 검찰청 외부에서 수사자료가 유출돼 공무상비밀누설죄로 해당 수사관이 유죄를 받은 사건과 2012년에 수사기관이 사건관계인에게 12회 전화통화를 해 수사 상황을 누설해 공무상비밀누설이 인정된 사건 등을 언급했다.
공수처가 사건을 수사해 직접 기소한 건 2021년 1월 공수처 출범 이후 이번이 다섯 번째 사례로 기록됐다. 아울러 공수처는 본건 공소 제기에 앞서 공소심의위원회 개최 결과 공소 제기가 타당하다는 만장일치 의결이 있었다고 덧붙였다.
이날 공수처 관계자는 브리핑에서 A씨가 어떤 것을 촬영했는지, 공수처가 수사 중인 뇌물 사건은 어떤 것이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공소유지도 해야하고 법정에서 다퉈야 부분이라 내용을 설명할 수 없다. 다만 A씨가 (수사자료를)촬영한 사실은 인정했다"고 답했다.
또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를 적용한 것을 두고는 "법리판단을 했을 때 공무상 비밀누설 혐의는 촬영해서 어디에 썼는지에 여부는 선고에 결정적이지 않다고 알고 있다"며 "공무상 비밀누설에 해당하고 유출됐다면 비밀누설에 해당한다. 동기 부분에 대해서는 피의자 주장이 있는 것이고 별도의 동기가 확인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공무상 비밀누설죄의 공소시효는 5년인데, 공수처는 이 사건을 지난 9월 12일 검찰로부터 이첩받았다. 이는 공소시효(11월 6일)가 두 달도 남지 않은 시점에 사건을 넘겨 받은 것으로, 법조계 일각에서는 수사에 일정 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해 검찰이 박 변호사 입건 직후 공수처에 사건을 넘겼어야 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해당 사건은 지난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공수처 국정감사에서 처음으로 알려졌다.
당시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모 검사가 검사실에서 조사받던 피의자에게 수사자료를 제공했으며 해당 피의자는 자료를 본인 재판에 활용하고 검사는 이를 묵인했다"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국감장에 출석한 김진욱 공수처장은 "처음 듣는 내용"이라며 수사 여부를 검토해보겠다고 말했다.
이에 김 의원은 해당 검사가 당시 대검찰청 마약과장이었고 서울중앙지검장, 서울고검장이 해당 검사에 대한 감찰을 시작했다고 들었는데 진행된 게 없는 것 같다며 김 처장에게 수사를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