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미국 대선이 막판까지 초접전 양상을 보인 가운데 2016년 미국 대선에서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족집게처럼 맞혔던 이른바 '이우 지수'도 올해 대선 결과를 제대로 맞히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미국에서 멀리 떨어진 중국 저장성 이우(義烏)는 세계 최대 도매시장으로 각종 잡화를 생산해 전 세계에 공급하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이우 지수는 이우 시장의 수출 주문량을 토대로 미국 대선 판세, 월드컵 우승국 등 굵직한 국제 이벤트 결과를 예측하는 일종의 비공식 지표로 통한다.
올해도 중국 일부 현지 매체들은 미국 대선을 앞두고 이우 시장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관련 선거용품 주문이 민주당 후보인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보다 많다고 보도했다. 심지어 미국 최대 온라인 쇼핑몰 아마존에서도 트럼프의 선거용품이 해리스보다 2배 이상 더 많이 팔렸다고 한다.
하지만 5일 싱가포르 연합조보는 이에 대해 대선 레이스 도중 민주당이 후보를 바꿀 것을 예측하지 못한 이우 상인들이 해리스 관련 선거용품 재고물량을 충분히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지난 7월 조 바이든 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사퇴한 가운데 그 뒤를 이어 해리스가 후보로 나섰다. 또 올해 이우 시장에서 미국 대선용 선거용품 주문량도 줄어서 누가 대선에서 이길지 가늠하기 어렵다고 연합조보는 전했다.
이는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8월 미국산 성조기만 구매하도록 하는 이른바 '전(全)미국 국기법'에 서명해 발효시킨 것과도 관련이 있다. 이 법의 취지는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해 매년 수백만개 성조기를 해외, 주로 중국에서 수입하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다.
이번 미국 대선을 앞두고 경선을 치르는 과정에서도 공화당과 민주당 후보 모두 대중 무역과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보여 이우 시장에 영향을 미쳤다. 한 이우 상인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미국 바이어들이 선거용품을 중국이 아닌 베트남과 캄보디아에서 구매하면서 올해 주문량이 2020년과 비교해 20~30% 감소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미국 유권자의 선거 지지 방식이 바뀌었으며 이우 지수는 더 이상 정확하지 않다고 꼬집기도 했다. 쭝위안 조이 류 미국외교협의회의 중국 연구원은 영국 텔레그래프지를 통해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에 열광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거용품 구매에 더 적극적이며, 민주당 지지자나 부동층은 선거용품을 사는 데 별로 돈을 쓰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2020년 미국 대선에서도 이우 상인들은 선거용품 주문량에 따라 당시 바이든보다 트럼프 당선이 우세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빗나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