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결제원이 운영 중인 금융권 공동 인증 서비스 ‘뱅크아이디’가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가 됐다. 이달 신한을 마지막으로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 모두 서비스를 하지 않게 되면서다. 은행들의 자체 인증 서비스가 활발해진 한편 소비자 활용 측면에서 차별화하지 못한 결과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오는 20일 ‘뱅크아이디’ 인증 서비스를 종료한다. 이에 따라 기존 뱅크아이디를 통해 신한은행 앱에 접속하던 소비자는 다른 방법을 이용해야 한다. 신한은행은 낮은 이용자 수를 서비스 종료의 이유라고 밝혔다.
그러나 신한은행을 마지막으로 4대 은행 중 뱅크아이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 없게 됐다. 가장 먼저 국민은행이 2022년 9월, 우리은행이 지난해 10월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중단했다. 하나은행은 뱅크사인 이후 재출범한 뱅크아이디를 서비스 하지 않았다.
뱅크아이디가 재출범한 지 약 3년 만에 주요 은행 모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개점휴업 상태가 된 것이다. 신한이 오는 20일 서비스를 종료하면 뱅크아이디를 이용할 수 있는 은행은 11개로 줄어든다.
재출범에도 서비스가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복합적이다. 우선 치열해진 은행 간 인증 서비스 경쟁이 있다. 은행은 금융 데이터와 고객을 확보하려는 목적하에 자체 인증 서비스를 확장하고 있다. 은행이 자체 인증 서비스를 두고, 뱅크아이디를 지속해 나갈 동기가 부족한 것이다.
실제 국민은행은 ‘KB국민인증서’ 가입자 수가 지난 7월 1500만명을 넘었다. 신한은행 ‘신한인증서’와 우리은행 ‘우리WON인증서’는 각각 980만명, 404만명의 가입자 수를 확보했다. 하나은행은 별도 집계를 하지 않지만, 하나원큐 앱 가입자 수는 약 1635만명에 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뱅크아이디와 은행 자체 인증서의 활용 분야가 금융권, 공공기관 등으로 크게 다르지 않은 점이 영향을 미쳤다. 또 은행은 자체 인증서 확장을 위해 다양한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어 상대적으로 뱅크아이디를 사용해야 할 유인이 적다.
금융결제원은 향후 뱅크아이디의 기반이 되는 블록체인 시스템을 활용해 다른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금융결제원 관계자는 “현재 은행 자체 인증 수단이 많아 뱅크아이디 서비스에 한계가 있다”며 “자격증명서 발급과 같이 은행에 필요한 신규 서비스를 발굴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