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9월 말 이후 1년간 개인 사업자(자영업자) 중 다중채무자의 수는 줄었지만, 그중 연체차주 수와 대출액은 늘고 있다. 다중채무자는 3개 이상의 금융회사에서 가계 혹은 개인사업자 대출을 내 '빚 돌려막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마저도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3일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올해 3분기 자영업자 중 연체차주 수는 지난해(10만3000명) 대비 1.4배 늘어난 14만6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2년(5만7000명)과 비교했을 때는 2.5배 증가한 수치다. 연체차주가 보유한 총대출금액은 지난해(21조6000억원) 대비 27.27% 늘어난 29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2년 전(9조5000억원)과 비교했을 때는 20조원 이상 증가했다.
반면, 다중채무자 중 연체차주의 수는 지난해 3분기(7만5000명) 이후 올해 9만7000명으로 약 30% 늘었다. 분기별로 보면 △1분기 8만8000명 △2분기 9만3000명 △3분기 9만7000명으로 매 분기 4.30~5.68% 증가하고 있다. 다중채무자의 연체대출액도 작년 3분기 18조1000억원에서 올해 3분기 23조5000억원으로 1.3배 뛰었다. 2년 전인 2022년과 비교했을 때 연체차주 수는 2.3배, 대출액은 3배 늘어났다.
다중채무자는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체차주와 연체대출액이 모두 늘어나며 다중채무자들의 부실 징후가 더 짙어지고 있다.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는 "다중채무자의 수가 줄어든 것은 이들이 폐업하거나 파산하는 등 정리되고 있다는 것인데, 이런 가운데 연체율이 증가한다는 것은 버티는 자영업자의 상황도 점차 악화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금융기관 입장에서는 자산의 건전성이 점차 떨어지게 되고, 대출이 점차 부실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게 돼 경각심을 가져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국내은행들의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지난 8월말 1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 현황'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대출의 8월말 연체율은 0.7%로 2014년 11월(0.72%) 이후 9년 9개월 만에 최고치로 뛰었다. 올해 국내은행의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은 지난 5월말 0.69%를 기록한 뒤 6월말 0.57%로 대폭 감소했다가 8월말 다시 큰 폭으로 뛰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대기업을 제외한 중소기업과 자영업자 연체율이 모두 올랐다"면서 "특히 저축은행 등 2금융권의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4%를 넘어서는 등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