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반도체법(칩스법)’이 미 대선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조 바이든 정부의 칩스법을 ‘나쁜 거래’로 규정하며 반도체에 보조금 대신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했다. 반면 민주당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은 칩스법에 따른 보조금을 없애겠다고 한 트럼프의 발언을 정조준해 “국익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일주일도 남지 않은 대선 결과에 따라 칩스법의 존폐가 결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28일(이하 현지시간) AP, CNN 등 외신들에 따르면 해리스는 이날 대선 경합주인 미시간주 새기노 소재 헴록 반도체 공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는 얼마 전 라디오 토크쇼에 나와 칩스법을 없애는 것을 언급했다”며 “반도체법은 여기서 벌어지고 있는 것과 같은 일에 수십억 달러를 투자토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민간 부문이 이런 일을 할 수 있도록 세액 공제를 만들었다”며 “그것은 좋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트럼프는 팟캐스트에 출연해 “칩스법은 너무 나쁜 거래”라며 “우리는 부유한 기업들을 위해 수십억 달러를 지불했다”며 칩스법 폐기를 시사했다. 칩스법은 바이든 행정부에서 2022년 의회의 초당적 지지로 제정됐다. 미국에 투자하는 반도체 기업에 생산 보조금 390억 달러와 연구개발(R&D) 지원금 132억 달러 등 5년간 총 527억 달러를 지원하는 내용이 골자다. 인텔, 마이크론 같은 현지 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대만의 TSMC 등 세계 유수의 반도체 기업이 미국에 공장을 짓는 대가로 보조금을 받을 예정이다.
특히 트럼프는 “(반도체 기업에) 단 10센트도 지불할 필요가 없었다”며 “(반도체에) 높은 관세를 매기면 그들이 아무런 대가 없이 미국에 공장을 세울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트럼프는 ‘당근’(보조금)이 아닌 ‘채찍’(높은 관세)으로도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한편 두 대선 후보의 지지율은 초접전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 주요 여론조사를 종합한 리얼클리어폴리틱스에 따르면 이날 기준 전국 지지율은 트럼프가 48.6%로 해리스(48.4%)보다 0.2%포인트 근소하게 앞섰다. 양측 진영에서는 서로 승리의 자신감을 나타냈다. 미 일간 USA투데이는 “트럼프 진영은 여론조사에서 국민 투표 격차가 좁아질수록 트럼프가 여러 주에서 승리해 선거인단을 확보하고 대통령직에 오를 가능성이 커진다고 보고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해리스 캠프는 트럼프를 파시스트로 묘사하는 것이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낙태권 등 여러 공격을 통해 승리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