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에 뻥 뚫린 이란 방공망…결국 핵개발 속도내나

2024-10-28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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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제 S-300 이란 방공포대 파괴

이스라엘·이란 군사역량 격차 벌어져

사진플래닛랩스
이란 테헤란 근처에 있는 파르친 로켓 모터 주조 시설. 이 시설은 26일(현지시간)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타격을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은 과거 이란의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의 일부였던 건물로 알려졌다.  [사진=플래닛랩스]

이스라엘의 보복 공습으로 이란의 방공망이 속수무책으로 뚫렸다. 이란의 핵시설 보호 등에 투입된 러시아제 첨단 방공포대가 전부 파괴된 것이다. 반대로 이스라엘은 자국으로 날아드는 미사일 공격을 대부분 방어한 가운데 군사적 열세를 재확인한 이란이 핵무기 경쟁에 힘을 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라엘군(IDF)은 26일(이하 현지시간) 이란의 수도 테헤란과 쿠제스탄, 일람 등 3개주의 군사시설물을 폭격하면서 러시아제 S-300 지대공 미사일 포대 3곳을 파괴했다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7일 보도했다. 폭격에는 F-15·F-16 전투기 등 항공기 100여대가 동원됐다. 이스라엘 당국자들은 4번째 S-300 포대도 타격을 받았다며 모든 방공 시스템이 사용할 수 없게 됐다고 전했다.
 
이란은 러시아와 계약을 맺고 2016년부터 옛 소련 시절 개발된 S-300 포대를 도입했다. S-300은 핵시설과 주요 공항 등 고(高)가치 시설 주변에 배치됐다. 최고지도자인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의 호위에도 활용됐다.
 
이스라엘은 4월 19일 이란 이스파한주에 있는 나탄즈 핵시설 인근에 배치돼 있던 S-300 포대를 파괴한 바 있다. 앞서 이란은 시리아 내 이란 영사관 폭격에 대한 보복으로 올해 4월 이스라엘 본토에 탄도 미사일만 120여발을 퍼부었다. 이란은 이달 1일에도 탄도 미사일 180여발을 동원해 이스라엘을 재차 공격했다.
 
팔레스타인 친이란 무장단체 하마스의 최고지도자였던 이스마일 하니예가 7월 31일 테헤란에서 폭사하고, 지난달 27일에는 레바논의 친이란 무장단체 헤즈볼라의 수장 하산 나스랄라마저 이스라엘의 폭격에 숨지자 이에 대한 보복을 명분으로 공격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란이 감행한 두 번의 미사일 공격 중 극소수만 이스라엘 영토에 닿았다. 대부분의 미사일은 격추됐다.
 
이에 군사전문가들은 양국의 군사적 역량에 심각한 격차가 생겼다고 진단했다. 캘리포니아 몬터레이 해군대학원의 이란 군사 전문가인 아프손 오스토바르는 “이란의 대공 방어는 우수한 타격 기술에 취약하다”며 “특히 이스라엘 같은 강력한 군사력을 갖춘 적을 막기에는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미 싱크탱크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의 이란 무기 전문가 파르진 나디미는 “이란은 많은 반성과 함께 이런 종류의 새로운 위협을 요격할 수 있는 대공방어체계에 많은 돈을 써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심장부 방어망이 속절없이 뚫린 이란이 결국 핵개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미국과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이스라엘의 이란 군사시설 폭격을 큰 성공으로 자평하고 있으나 장기적으로 이란 지도자들이 핵무기 경쟁을 유일한 방어 수단으로 결론 내릴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란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공동행동계획)에서 일방 탈퇴한 이후 꾸준히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우라늄 농축도를 높여왔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따르면 이란은 현재 핵무기 3∼4개를 생산할 수 있을 만큼의 충분한 양의 중농축 우라늄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NYT는 이란이 러시아나 북한 등의 도움을 받지 않을 때 현재 보유한 우라늄 연료를 실제로 핵탄두로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최소 18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이란, 탄도미사일 생산 마비로 2년간 수출 중단…군사 대응 없을 가능성도
 
이란은 이스라엘의 26일 공습으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에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고체연료 시설에도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여파로 이란은 탄도미사일 생산이 어려워졌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이란이 (탄도미사일을 러시아에) 수출할 수 있으려면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익명의 정보소식통이 분석한 결과를 전했다. 탄도미사일 수출 불가 기간이 길게는 2년에 이를 것이라고 소식통은 설명했다. 서방 군사·정보 당국은 이란이 소모전으로 2년 넘게 지속되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전에 북한과 함께 미사일을 지원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다만 이스라엘의 대(對)이란 보복 공습으로 확전 긴장감이 커지는 가운데 이란이 군사적으로 대응하는 대신 외교적 실리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동 전문가들은 이란이 이번 이스라엘의 공격에 대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서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는 26일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에 대해 “과장해서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스라엘이 이란 국민의 힘과 결의를 이해하도록 하는 방법은 이란의 관리들에게 달려 있다”며 “관리들은 이란에 가장 도움이 되는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를 두고 영국의 싱크탱크 채텀하우스의 중동 전문가 사남 바킬은 이란이 군사 대응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징후라고 분석했다. 바킬은 “이란은 이번 공격을 축소하고 대응하지 않음으로써 중동 지역과 서방에서 가능한 한 많은 외교적 자본을 창출할 것”이라며 “미국 대선 이후에는 다른 자세를 취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들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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