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의 치열한 경영권 분쟁으로 인해 주가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따른 개인투자자 손실 가능성도 우려된다. 일각에서는 이번 분쟁에서 ‘승자의 저주’가 불가피하다는 전망까지 제기된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영풍정밀과 고려아연의 주가는 분쟁 당사자들의 움직임에 따라 큰 폭으로 변동하고 있다. 영풍정밀 주가는 지난 25일 오전에 25.77%까지 급등해 상한가에 근접했으나, 오후에 영풍·MBK파트너스 연합이 경영협력 계약을 해지하면서 갑작스럽게 급락해 최대 18.85% 하락했다.
이번 분쟁으로 고려아연 관련 종목들의 거래량과 투자자 간 손바뀜도 급증하고 있다. 표대결을 위해 양측이 매수한 지분 외 개인투자자들이 단순 시세 차익을 누리기 위해 매수에 나섰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분쟁이 시작된 지난달 13일부터 이달 24일까지 고려아연의 일평균 거래량과 거래대금 회전율이 이전 24거래일 대비 각각 904%, 1328% 상승했다. 영풍은 3631%, 영풍정밀은 4903% 거래량이 증가하는 등 과열 양상이 뚜렷해졌다.
최고가 64만9000원이던 영풍 주가는 현재 36만원대로 떨어졌다. 영풍정밀 주가는 한때 3만6700원에서 2만2700원으로 38% 하락했다. 고려아연 주가는 이달 25일에만 147만원까지 상승했지만 118만원으로 급락하며 높은 변동성을 보이고 있다.
금융 당국도 투자자 피해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8일 “공개매수 종료 후 주가가 급락할 수 있다”며 소비자 주의보를 발령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번 공개매수 과정에서 불공정거래 발생 가능성을 두고 조사 착수를 지시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이번 고려아연 분쟁이 테마주 성격으로 변질되고 있어 단기 차익을 노린 개인투자자 손실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관련 기업들의 자금이 경영권 방어에 소모돼 재무 건전성과 경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높다. 장기투자자 입장에서도 기업 경쟁력 하락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이번 분쟁으로 기업 자금이 경영권 방어에 지나치게 소모되면서 설비 투자나 생산성 강화로 활용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며 "현재 주가는 과열 상태에 진입해 분쟁 상황에 따라 주가가 급격히 하락할 수 있어 사실상 테마주와 같은 성격을 띠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주근 리더스인덱스 대표는 “장내 매수를 위한 자금 조달과 우호 지분 확보 과정에서 변칙적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며 “금융감독원도 이를 주시 중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