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공개매수 종료와 함께 '황제주'(1주당 100만원이 넘는 주식)로 등극하며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했다. 경영권을 둘러싼 최윤범 회장 측과 MBK·영풍의 분쟁이 본격화되는 가운데, 주가 상승이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며 양측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고려아연 주가는 전일 대비 29.91% 오른 113만8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고려아연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함께 코스피 시장에서 '황제주'로 등극했으며, 시가총액 순위도 40위권에서 14위로 급등했다.
공개매수 청약 규모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양측 모두 의결권 지분율에서 과반 이상의 확실한 우위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측은 더 많은 의결권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장내매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상황이 당분간 주가 상승세를 유지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주가 상승은 양측 모두에게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주가가 오를수록 장내매수에 필요한 자금이 커지기 때문이다. 최 회장 측과 MBK·영풍의 공개매수 가격이 각각 89만원과 83만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현 주가 수준에서는 장내매수에 나서기가 어려울 수 있다. 한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현 가격 수준도 이미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주가가 경영권 분쟁의 핵심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도 커졌다. 양측 모두 연내 임시 주주총회나 내년 3월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의결권 지분율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장내매수 전략을 세워야 한다. 하지만 주가가 계속 오르면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
특히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 결과 발표 시점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 있을 수 있다. 고려아연은 공개매수 종료 이틀째인 이날까지도 청약 규모를 공시하지 않았다. 법정 한도일인 오는 28일까지 결과가 발표되지 않으면, 최 회장 측은 결과를 알고 있는 반면 MBK·영풍은 정보의 불균형 상태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재계 관계자는 “MBK·영풍 측은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장내매수 전략을 세우기 어려워질 수 있다”며 “최 회장 측이 이를 염두에 두고 공개 시점을 최대한 미루려 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