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과 러시아의 군사 협력 강화로 지정학적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 전문가가 한국과 중국이 '평화와 발전'을 중심축으로 협력을 강화해 동북아시아의 안정을 지키자고 제언했다.
한셴둥 중국정법대 교수는 22일 베이징에서 열린 '새로운 정세 아래 한·중 관계 발전 방향과 과제'라는 제목의 세미나에서, 북한과 러시아가 지난 6월 새 조약을 체결해 '준(準)동맹'을 형성했으며, 현재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에서 '반(半)냉전'이 시작됐다고 평가했다.
그는 또한 "한국 정부는 '가치 외교'를 중시하지만, 불확실한 시대에 지역 평화를 유지하며 경제 발전을 지속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중·한 양국이 이를 지도 이념으로 삼아 소통을 강화하고 협력을 심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 민간 싱크탱크 차하얼학회의 차오신 선임연구원은 한국과 중국이 외교안보대화 메커니즘(외교·국방 차관급 2+2 대화)에서 북·러 협력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그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북한의 역내 고립으로 인해 조·러 협력이 대세가 될 것"이라며, "이 문제는 북한의 핵무기 전망과 관련이 있으며, 중러·중한·한러·조한 관계 발전에 변수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차오 연구원은 러시아가 '동쪽을 보는' 극동 개발정책을 추진하면 중·러 간의 두만강 유역 개발 문제에서 진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며, 이는 중·한 2+2 대화 프레임에서 더욱 의미 있게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한 2+2 대화에서 조·러 협력에 관한 지속적인 대화를 추가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최근 한·중 간 문화 충돌 문제에 대해 "사실 조선반도에서 생활하는 민족은 '한 민족, 세 국가(남북한과 중국)'이며, 이 민족의 일부 문화적 기호는 세 나라가 공유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중·한 양국이 협력하여 공동의 민족 문화 자원을 분쟁의 화제가 아닌 협력 프로젝트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추궈훙 전 주한 중국대사는 "중·한 관계의 전면적 회복에는 여전히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호전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양국 정상이 상호 방문을 실현할 수 있을지가 중·한 관계 전면 회복의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내년 하반기 한국에서 개최되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중요한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세미나는 중국 외교부 산하 대외교류 기관 중국인민외교학회와 차하얼학회, 그리고 김진표 전 국회의장이 설립한 글로벌혁신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김 전 의장은 "한·중은 반도체 등 첨단 기술을 상호 보완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으며, 북한과의 관계를 포함한 동북아 정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등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 정신으로 협력하면 더 깊은 상호 호혜적 관계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