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을 위한 주택청약종합저축통장(청약통장)을 두고 해지를 고민하는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다. 청약 가점 만점자가 속출하는 등 당첨 가능성이 갈수록 낮아지고, 당첨된다고 해도 분양가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치솟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현 가점제 구조가 유지되는 한 흐름이 바뀌기는 쉽지 않다며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청약통장 보유 여부에 대해서는 당첨 확률이 낮더라도 우선은 통장을 유지하는 것이 낫다고 제언했다.
26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이춘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국토교통부(HUG)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들어 9월 말까지 청약통장을 해지한 사람이 285만4572명으로 집계됐다. 한 달에 32만명꼴이다.
2021년에는 287만9123명이던 청약통장 해약자는 2022년 389만5690명으로 늘더니 지난해에는 401만3263명에 달하며 400만명을 넘어섰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2년 전국 청약 1순위 경쟁률은 7.24대 1로 집계됐는데 2023년에는 10.77대 1, 올해 9월 말까지는 13.20대 1로 높아졌다. 2022년 10.25대 1이던 서울 청약 1순위 경쟁률도 지난해 56.93대 1, 올해는 143.43대 1까지 치솟았다.
김효선 NH농협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고령자는 당첨 기회가 없고 유주택자는 무주택자에 비해 청약 당첨 확률이 낮아 청약통장을 유지할 이유가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청약 무용론이 확산하면서 정부가 청약통장 금리를 올리는 등 유인책을 내놓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청약 제도 개선 등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젊은 층이 선호하는 서울 아파트는 가점제 문턱이 높아 당첨 가능성이 희박한 데다 운 좋게 당첨된다 해도 천정부지로 치솟은 분양가를 감당할 수 없어 포기하는 상황"이라며 "납입 총액이 적용되는 국민주택과 가점제 형식인 민영주택 간에 차이를 두지 말고 청년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가점제를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도 "인구구조가 변화하면서 청약 제도상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이라며 "무주택 기간 가점 비중을 높이는 등 형평성을 높일 수 있는 제도 개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청약통장 해지 여부에 대해서는 당첨 확률이 낮은 상황이지만 해지보다는 통장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제언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부동산처럼 청약도 시기에 따라 유불리가 달라지는 시장"이라며 "청약통장을 유지하면서 바뀌는 정부 정책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