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53년 만에 ‘실미도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국방부는 15일 경기 고양 덕양구 벽제묘지에서 실미도 부대 공작원 4명의 유해 발굴을 위한 개토제를 개최했다. 개토제는 묘지 조성을 위해 땅을 처음 팔 때 지내는 제사로, 벽제묘지는 실미도 사건으로 사형된 공작원 4명이 암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장소다.
2022년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이하 진화위)는 불법 모집, 사형이 집행된 공작원의 유해 암매장, 대법원 상고 포기 회유 등 실미도 사건의 인권 침해 사실에 대해 국가의 사과와 유해 발굴 등을 권고한 바 있다.
이날 개토제 현장에서 김용현 국방부 장관의 사과문을 유균혜 국방부 군인권개선추진단장이 대신 읽었다. 대독이기는 하지만 실미도 사건과 관련한 국방부 장관의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김 장관은 사과문에서 "고인들의 명복을 빌며, 유가족 여러분께서 겪으신 그간의 고통과 슬픔에 대해 깊은 사과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인들의 명예 회복과 유가족의 아픔을 조금이나마 위로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광동 진화위원장도 대외협력담당관이 대독한 추도사에서 "오랜 세월 가족의 시신을 인도받지 못한 채 기다려 온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하며, 개토제를 시작으로 유해가 발굴돼 안치됨으로써 희생자들의 넋을 기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한, 이번 개토제에서는 임충빈 실미도 희생자 유족회 대표(故임성빈 동생)도 유해가 발굴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아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시를 낭독했다.
국방부는 "앞으로 유가족들과 소통하고 협의해 진화위 권고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실미도 사건은 1968년 북한 침투를 목표로 창설된 실미도 부대 공작원들이 1971년 실미도를 탈출해 서울 진입을 시도하다 20명이 현장에서 사살되고 생존한 4명이 사형된 비극적인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