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0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워너브라더스 스튜디오에서 신제품 공개 행사를 열고 로보택시 사이버캡의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사이버캡의 가장 큰 특징은 운전대와 페달 등 그동안 자동차에 필수라고 여겨졌던 운전 장치뿐만 아니라 주유·충전 등에 필요한 장치까지 모두 없애며 ‘3무(無)’를 실현한 점이다. 머스크는 기존 전기차의 유선 충전에서 벗어나 무선 충전으로 사이버캡을 충전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는데, 이를 현실화하기 위해 기존 접촉식(자기 유도) 대신 비접촉식(자기 공명) 무선 충전을 함께 상용화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이버캡은 기존 중형 전기차 세단인 '모델3'를 자율주행에 맞게 개조한 디자인을 갖췄다. 지난해 출시한 '사이버트럭'을 참고한 극단적인 미니멀리즘 디자인도 함께 적용했다. 2인승 차량을 프로토타입으로 공개했지만, 상업성 등을 고려하면 실제 양산하는 제품은 4인승으로 변경할 가능성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로보택시는 사람이 차량을 조작하는 데 필요한 운전대·페달이 없기 때문에 제작과 운행을 위해 각국 정부를 포함한 규제 당국의 승인이 필요하다.
운전대·페달 없이 인공지능(AI)이 차량을 운전하는 것을 놓고 머스크는 "자율주행차는 인간이 운전하는 차량보다 10~20배 더 안전하다"며 "시내버스의 운행 비용은 1마일(약 1.6㎞)당 1달러인 반면, 로보택시는 1마일당 20센트로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머스크의 주장은 경쟁사 웨이모가 지난 7월 발표한 연구결과를 인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17년 이후 미국에서 완전 자율주행차 운행으로 사망한 사람은 우버의 시험용 차량에 치인 사람 1명뿐이었다.
테슬라는 내년 텍사스와 캘리포니아에서 사이버캡 시범 운영을 시작할 계획이다. 머스크는 2026~2027년 사이에 사이버캡 양산을 시작하겠다는 포부도 함께 드러냈다. 사이버캡 양산이 성공하면 테슬라는 기존 완성차 업체에서 AI와 로봇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업체로의 전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보유한 완전자율주행기술(FSD)의 안전성에 의구심 섞인 시선을 보내고 있다. 현재 테슬라 차량에 탑재되는 오토파일럿 기술은 FSD에 해당하는 레벨5는커녕 레벨2(부분 자동화) 수준에 그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올해 초 테슬라의 오토파일럿 기술이 오토바이 운전자를 인식하지 못하고 사고를 내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미국 정부는 테슬라의 오토파일럿이 안전하지 않다는 판단을 내리고 리콜을 지시했고, 사고자 유족들은 테슬라가 불완전한 기술을 판매하고 있다며 미국 법원에 고소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테슬라의 완전자율주행기술 수준이 웨이모, 크루즈 등 경쟁사보다 뒤떨어진 것으로 본다. 두 회사는 무인 자동차로 수백만 킬로미터 이상의 도로 주행 테스트를 한 반면 테슬라는 이러한 경험이 없다. 오토파일럿으로 수집한 불완전한 데이터만 갖고 있을 뿐이다.
한편 사이버캡 발표 이후 테슬라의 주가는 주당 238달러에서 주당 217달러로 9% 이상 하락했다. 이에 세계 최고 부호인 머스크의 재산도 2550억 달러에서 2400억 달러로 150억 달러가량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