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손실과 소비자 피해가 가중되는 상황이라 정부의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조언이 힘을 얻고 있다.
14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지난 7월 공정거래위원회 주도로 출범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성과 없이 공전하고 있다.
이날 열린 7차 회의와 관련해서도 공정위 관계자는 "수수료 부담 완화 방안 등 주요 쟁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했지만 양측 간 입장 차가 있음을 확인했다"고 종전과 유사한 결과를 내놨다.
공룡 플랫폼의 독과점 문제는 영세 소상공인이 대부분인 입점업체는 물론 소비자 피해까지 가중시키고 있다. 배달앱 업체가 중개수수료나 광고 단가를 올리면 그만큼 음식 가격이 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김영명 공정한 플랫폼을 위한 전국사장님 모임 대표는 "배달앱에 주문을 의존하는 시스템 때문에 과도한 수수료나 광고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시장 구조가 구축됐다"며 "업주들이 모든 손해를 감내할 수 없어 음식 가격에 전가하거나 이중 가격을 만들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달앱 대항마 공공앱 '지지부진'…입법 지원 나서야
정부는 민간 배달 플랫폼의 독과점 완화를 위해 공공 배달앱 활성화에 힘쓰는 중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공공 배달앱은 수수료율이 2% 이하로 10% 안팎인 민간 배달앱보다 훨씬 낮다. 현재 운영되는 공공 배달앱은 31개로 정부는 공공앱 활성화 방안을 상생협의체 주요 안건으로 올렸다. 신한은행이 운영하는 공공 배달앱 땡겨요를 협의체에 포함시킨 게 대표적이다.
다만 실효성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공공 배달앱은 민간 플랫폼 대비 프로모션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편의성 등이 열악해 대중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소비자가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기 시작하면 이를 쉽게 바꾸지 않는 '록인 효과'도 걸림돌이다. 이런 이유들로 지난 2020년 이후 13개 공공 배달앱이 문을 닫았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배달앱이 활성화한 지 10년 정도 지났지만 엄청난 출혈 경쟁을 펼친 쿠팡이츠를 제외하면 새로 시장에 안착한 사업자는 사실상 없다"며 "(자본력 등에서 경쟁 열위인) 공공 배달앱 이용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공공 배달앱은) 관리와 전문성이 상대적으로 미비해 소비자 네트워크가 만들어지지 않고 외면 받는 실정"이라며 "투자 규모도 민간을 따라가지 못하고 흉내 내기에 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자영업자와 소비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정부 차원의 입법 노력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미국 등 주요국의 경우 정부가 수수료를 관리하는 사례가 있다"며 "수수료 상한제를 두거나 수수료 증감률을 관리하는 방안을 고민해 볼 시점"이라고 밝혔다.
김 팀장은 "수수료 등 중요한 계약조건이 변경될 경우 플랫폼과 소비자·입점업체가 사전에 협의하는 등의 장치가 필요할 것"이라며 "법적 규제가 아니라도 수수료 적정성을 평가하는 별도 시스템을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