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이 약 3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건강검진 결과를 전격 공개했다. 자신보다 나이가 약 20세나 많은 공화당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정조준한 것으로, 건강 이슈를 부각시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모습이다. 양측 지지율이 초박빙 양상인 가운데 해리스가 7개 경합주에서 열세라는 여론조사가 나오고 ‘민주당 집토끼’로 여겨지던 흑인 유권자의 지지율이 떨어지자 칼을 빼든 것으로 풀이된다.
12일(이하 현지시간) 미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조슈아 시먼스 백악관 부통령 주치의는 이날 서한을 통해 해리스의 검진 결과를 공개했다. 시먼스는 서한에서 “해리스는 훌륭한 건강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행정부 수반, 국가원수, 군 통수권자를 포함한 대통령직 직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데 필요한 신체적·정신적 회복력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 대통령 후보들은 건강 기록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다만 각 후보들은 오랫동안 의료 기록 공개 여부를 공격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해리스는 내달 5일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가 막판 경주에서 우세를 보이자 건강 문제로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8일까지 △애리조나 △조지아 △미시간 △노스캐롤라이나 △네바다 △펜실베이니아 △위스콘신 등 7개 경합주 유권자 4200명을 상대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지지율은 트럼프가 46%로 해리스(45%)보다 1%포인트 앞섰다.
이에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점쳤다. 더힐은 이날 디시전데스크HQ(DDHQ)와 공동 여론조사에서 해리스가 경합주 7개 지역에서 트럼프에 우위를 보이다가 역전당했다고 전했다. 더힐에 따르면 이달 초 해리스는 4개 주에서 이기고 3개 주를 트럼프에게 내줬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단 2개 주에서만 우세를 보였다. 해리스가 트럼프에 2-5로 역전당한 것이다.
더힐에 따르면 해리스가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51%로, 여전히 트럼프를 제치고 승리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9월 말 같은 조사에서 해리스가 56%의 승리 확률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지지 추세가 확연히 둔화된 것이다.
해리스가 적극 공세에 나선 배경에는 흑인 유권자 지지율이 하락세인 점도 자리 잡고 있다. NYT와 시에나대학이 이날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흑인 유권자의 78%가 해리스를, 15%가 트럼프를 지지한다고 집계됐다. 이는 과거 흑인층 지지 비율(90~92%)에 한참 못 미친다. 2020년 대선 당시 흑인 유권자 90%가 바이든을, 9%가 트럼프를 선택했다. 2016년 대선에서는 흑인 유권자 92%가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부 장관에게 표를 던진 반면 7%만이 트럼프를 지지했다. 민주당을 지지하던 흑인 유권자 상당수가 이번 대선에서 이탈한 셈이다. NYT는 “해리스의 흑인 유권자 지지율 하락이 지속된다면 경합주에서의 승리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