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3년 2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가 되살아날지 주목된다. 일각에선 기준금리 인하가 이미 시장에 선반영돼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의견이 있는 한편, 금리 인하 흐름이 부동산 시장 과열을 재차 불러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11일 서울 중구 한은에서 통화정책방향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3.5%에서 0.25%포인트(p) 내린 연 3.25%로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한은이 금리를 인하하자 서울 부동산 시장에 매수심리가 되살아나 집값 상승을 부채질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이 지난달 26일 공개한 '금융안정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대출금리가 0.25%p 낮아지면 1년 이후 전국 주택 가격 상승률은 0.43%p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후 주택 가격 전망을 반영하는 한은의 9월 주택가격전망지수가 119로 2년 11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인 것도 금리 인하에 따른 시장의 기대감을 반영했다는 분석이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1년 뒤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위축됐던 매수심리도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서울 아파트 매수심리는 4주 연속 위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정부의 대출 규제와 가격 급등에 대한 피로감으로 매수 관망세가 짙어져 매물 적체, 거래량 감소 등의 현상이 시장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 매매수급동향에 따르면 10월 첫째 주(7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101.1로 전주(101.2)대비 0.1p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매수급지수는 지난달 9일 103.5에서 연속 4주 연속 하락세를 보였다.
매매수급지수는 아파트 매매시장의 수요와 공급 비중을 지수화한 수치다. 기준값(100)보다 높을수록 시장에 집을 팔려는 사람보다 사려는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100보다 낮으면 그 반대를 뜻한다.
같은 주 강남 지역 매매수급지수는 101.4로 전주(101.5)보다 0.1p 하락했고 강북 지역은 전주와 같은 100.9를 기록했다.
권역별로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구)가 속한 동남권은 101.7로 한 주 전(101.8)보다 0.1p 내렸고, 영등포·양천·강서구가 속한 서남권은 전주와 같은 101.2를 유지했다.
강북에서는 종로·용산·중구 등이 속한 도심권이 102.6으로 전주(102.1) 대비 0.5p 내려갔다. 마포·은평·서대문구 등이 포함된 서북권은 102.5로 지난주(102.6)보다 0.1p 하락했다.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이 속한 동북권은 99.9로 전주(101.1)보다 0.2p 하락했다.
통상 금리 인하기가 시작되면 매수심리도 살아나는 경향을 보인다. 금리 인상이 계속되다 인하기에 접어들었던 지난 2012년 7월 이후의 매매수급지수를 보면 당시 7월 셋째 주(16일 기준) 서울 지역의 매매수급지수는 67.4였는데 그로부터 약 한 달 뒤인 8월 셋째 주 매매수급지수는 71.3으로 3.9p 상승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 효과가 현재 부동산 시장에 반영돼 있어 가격 상승세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기준금리가 인하되는 부분은 이미 다 채권 금리 등 시장금리에 반영돼 있어서 대출 규제가 종료되면서 동시에 상쇄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집값에 대한 우려가 나올 수는 있지만 현재로서는 영향이 있더라도 제한적일 것으로 본다"며 "금리 인하로 인한 시장 변화는 쉽게 기대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