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다시 한번 0.5%포인트 금리를 내리는 ‘빅컷’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9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연준이 지난달 통화정책 회의에서 빅컷을 놓고 마지막까지 공방을 벌였던 사실이 이날 공개된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록에서 드러났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은 지난달 FOMC 회의에서 빅컷을 단행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이 결정(빅컷)은 정책기조를 적절히 조정해 노동시장의 강세를 유지하고, 적정한 경제 성장과 함께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2%로 하락할 것이라는 자신감을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0.25%포인트 인하를 주장한 위원들은 “0.25%포인트 인하가 보다 예측 가능한 정책 정상화 경로를 보여줄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의에는 투표권을 가진 12명의 연준 위원뿐만 아니라 전체 연준 위원이 참여했다. 반대한 사람의 수는 명시되지 않았다. 또 회의록에 따르면 앞서 7월 회의에서도 일부 위원들은 금리 인하를 주장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당시 연준은 금리를 동결했는데 이와 다른 목소리도 있었다는 것이다.
따라서 연준 위원들의 금리 인하 의견이 엇갈린 만큼 11월 FOMC 회의에서도 또다시 빅컷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근 발표된 고용지표가 예상 밖 호조를 보인 것도 이와 같은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지난 4일 발표된 미국 9월 비농업 고용보고서에 따르면 취업자 수는 25만4000명이 늘었고 실업률은 4.1%로 하락했다. 가계소득 증가와 저축률 추정치도 최근 상향 조정됐다. 아울러 애틀랜타 연준의 국내총생산(GDP) 트래커(추적기)에 따르면 미국 3분기 경제는 3.2% 성장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이는 당초 제기됐던 경기 침체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수준이다. 이에 일부 연준 위원들은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추는 것을 선호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세인트루이스 연준의 알베르토 무살렘 총재는 지난 7일 한 콘퍼런스에 참석해 “현재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너무 일찍 금리를 내리는 것이 너무 늦게 내리는 것보다 더 큰 위험을 가져올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무살렘 총재는 내년에 FOMC에서 의결권을 갖게 된다.
실제로 금리 선물 시장에 반영된 향후 금리 전망을 집계하는 시카고상업거래소(CME)에 따르면 연준이 11월 FOMC 회의에서 빅컷을 단행할 가능성은 15.3%로, 베이비컷 가능성(84.7%)에 비해 크게 못 미친다. 이처럼 낮아진 빅컷 기대감 속에 달러화는 재차 강세를 보이는 반면 엔화는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당 150엔에 육박하고 있다.
다만 이번 회의록에서 앞으로의 금리 결정에 대한 단서를 찾아보기는 어려웠다. 회의록에는 인플레이션이 연준이 목표한 2%로 계속 낮아지고 고용이 최근 추세대로 계속 확대된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보다 중립적인 정책 입장으로 이동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내용만 담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