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 물리학상·화학상을 인공지능(AI) 분야가 휩쓴 것을 두고 학계에서는 ‘인류사의 큰 획’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하나의 산업 트렌드가 아니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는 것이다.
10일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아주경제와의 통화에서 “노벨위원회는 수상자로 선정된 인물의 연구와 기술 그 자체가 인류에게 큰 기여를 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돌이킬 수 없는 이정표를 제시했다고 봐야한다”고 노벨 물리학·화학상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성엽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 “AI학자가 노벨상을 수상한 것은 AI가 응용분야뿐 아니라 학문적인 분야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과학·학문을 토대로 기술 산업의 발전이 이뤄지는 만큼 기초부터 AI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는 흐름을 보여준 결과”라고 평가했다.
마누하 팔루리(Manohar Paluri) 메타 생성형 AI 부사장은 “개인적으로나 AI 커뮤니티 차원에서 축하할 일이고,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며 “AI 혁신을 가속화하면서 동시에 책임감있는 AI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 과정에서 모두가 함께 참여해서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합리적 비용의 AI를 제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최병호 교수는 이번 노벨상 수상에 대한 과학계와 산업계의 엇갈린 시각에 대해서 부연했다.
최 교수는 “AI의 품질이 너무 잘 나오고,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건데 이게 비용이 막대하게 들어간다”며 “이번 노벨상은 막대한 비용을 투자해서 세상의 패러다임을 고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이는 그렇지 못한 집단에게는 불리한 이야기가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본의 입장에서는 앞으로도 비용을 투자하면 인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기술을 독점하고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라며 “내년에는 AI가 사업적으로 폭발적인 성장을 할 것인데, 내년을 2개월 앞둔 이 시기에 AI전문가들의 노벨상 수상은 아주 중요한 시사점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AI 6위 강국인 한국이 노벨상을 수상할 가능성에 대해 학계는 대체로 부정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이경전 교수는 “국내도 세계적인 AI 흐름을 적극적으로 따라갈 필요가 있다”며 “2~3년 전부터 국공립연구소에서 ‘AI 퍼스트’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 정부는 물론 현 정부에서도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병호 교수는 “지금 노벨상을 수상한 AI연구는 10여 년전부터 당대의 연구자들에게 무시당하면서도 꾸준한 공적자금의 투입을 통해 결과를 낸 것”이라며 “AI 원천기술은 산업측면의 단기 투자로 이뤄질 것이 아니라 정권 차원에서 방향성을 정하는 것이다. 이번 정권은 과학기술 분야 예산을 삭감하면서 미래 노벨상 수상 가능성을 원천 차단했다”고 비판했다.
이성엽 교수는 “국내도 공학 위주의 AI기술 개발이 아니라 원천적인 학문 연구에도 AI 활용 범위를 키울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