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모두의결혼과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공익인권변론센터는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그랜드컨벤션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송 계획을 밝혔다.
이날 소송에 나선 22명은 장기간 함께 거주하고 경제 공동체를 구성하는 등 사실혼 관계를 꾸린 이들로 구청에 혼인 신고를 냈으나 불수리 처분을 받은 바 있다.
기자회견에는 정자 기증을 통해 지난해 딸을 출산한 김세연·김규진 부부와 2년 전 혼인신고를 했으나 구청에서 거절된 손문숙·박지아 씨가 참석해 입장을 밝혔다.
김세연 씨는 "이 자리에 용기를 내 나오게 된 이유는 딸을 위해서"라며 "세 가족이 평범한 일상을 행복하게 안전하게 꾸려나갈 수 있도록, 아이들에게 차별을 가르치는 세상이 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손씨는 "성적 지향과 정체성에 무관하게 누구든 원한다면 결혼을 선택하는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며 "보통의 시민으로서 다른 여느 사람들처럼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과 이미 가족으로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또한 이 자리에는 지난 7월 사실혼 동성 배우자에 대해 건강보험 피부양자 자격을 인정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을 받아 낸 김용민·소성욱 부부도 참석해 소송 당사자로 참여할 뜻을 밝혔다.
이들은 11일 서울가정법원 및 4개 재경지법, 인천가정법원 부천지원에 혼인신고 불수리 처분에 대한 불복 신청을 낸 뒤, 이후 각 법원에 이성 부부의 혼인만 허용하는 현행 민법의 위헌성을 심사해달라며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할 예정이다.
만약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인다면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되고, 신청이 기각되면 당사자들이 직접 헌재에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할 예정이다. 최종 결론은 헌법재판소가 낼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소송에는 조숙현 변호사를 비롯한 13명의 변호사가 이들의 소송을 담당하기로 했다. 변호사들은 현행 민법이 동성 부부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 혼인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참여 배경을 밝혔다.
국내에서 동성혼 법제화를 목표로 소송이 제기되는 건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영화감독 김조광수 씨는 동성 배우자와 혼인신고서를 구청에 제출했다가 '불수리' 처분되자 2014년 법원에 불복 신청을 냈지만 1심에서 각하 결정됐고 항고 역시 기각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