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외환당국·국제금융센터·FTSE러셀에 따르면 전 세계 WGBI 추종 자금은 약 3조 달러로 추정된다. WGBI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22%로 이를 감안하면 내년 11월부터 단계적으로 최대 670억 달러(약 89조원)가 국채시장에 유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채권펀드 자금 유입은 국채 수요 기반이 안정적으로 확대되면서 국채 금리 안정화, 외환시장 변동성 축소 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WGBI는 연기금을 비롯한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치마크로 활용하는 핵심 지수다. WGBI 추종 자금은 단기적인 금리 수익을 위한 자본이 아닌 주로 장기적인 패시브(passive·소극투자) 자금으로 유출입 변동성이 낮고 예측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내년 역대 최대 규모의 국고채 발행을 앞두고 점차 커지던 채권 약세 압력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통해 밝힌 국고채 발행 규모는 201조3000억원으로 올해보다 42조8000억원이나 늘었다.
보통 국고채 발행이 증가하면 시장에서는 듀레이션이 긴 장기물 소화에 대한 부담이 커지는데 WGBI 편입으로 외국인 중장기물 투자가 확대되면서 수익률곡선 전반의 프리미엄 축소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해석이다.
금융연구원은 600억 달러 국채 자금 유입 시 0.2~0.6%포인트 정도 금리 인하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조달 비용이 줄어들면서 재정정책 운용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기재부는 "WGBI 편입으로 금리가 안정됨에 따라 정부·기업의 자금 조달 비용이 줄고 외환시장의 유동성도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WGBI를 추종하는 안정적인 외국인 투자 자금이 유입되면서 금리 인하 효과가 단기물부터 장기물까지 전반에 걸쳐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고채 투자를 위한 원화 수요가 증가하면서 외환시장 수급에도 긍정적인 요인이 될 것으로 관측됐다. 기재부는 인도의 JP모건체이스(JPM) 채권지수 편입 사례를 감안하면 약 70%가 환오픈으로 유입될 것으로 추측했다. 국금센터는 주로 환헤지를 동반하는 외국인 채권자금 특성상 직접적인 원화 매수 수요보다는 외화 자금 시장 수급 개선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전망했다.
권도현 국금센터 자본유출입분석부장은 "WGBI 편입으로 한국의 자본시장 선진화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가 확인된 것"이라며 "향후 정부의 재정 운용과 외환시장 안정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김민규 한은 홍콩주재원(차장)은 "국제금융시장 이슈 및 국가신용등급 변화에 대한 국채 및 외환시장 민감도가 확대될 가능성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