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무순위 청약, 이른바 ‘줍줍’ 제도 개선을 시사했다. 무순위 청약 제도와 관련해 유주택자의 청약을 제한하겠다는 내용이 골자인데, '줍줍'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으로 인해 청약 홈페이지가 마비되는 사태를 되풀이 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청약 제도는 올해만 세 차례 개편됐다. 지난 3월 저출생 제도에 따른 신혼부부, 신생아 가구 등에 대한 청약 기준 완화를 시작으로 지난 6월에는 청약통장 납입액 한도를 상향했고, 오는 11월에는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되는 범위가 달라질 예정이다.
청약 제도를 담고있는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도 여러 차례 제·개정됐다. 국가법령정보센터에 등록된 연혁을 보면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은 올해 11월 예고된 입법예고까지 포함해 지난 1978년 제정된 이후 50년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170차례나 바뀌었다.
상황이 이렇자 '선당후곰'이라는 신조어도 생겼다. 일단 신청하고, 고민은 당첨이 된 다음에 하라는 뜻이다. 서울 아파트 청약은 당첨만 되면 시세차익을 몇 억씩 누릴 수 있는 '로또' 수식어가 붙고 있어 선당후곰 경향은 더욱 도드라진다. 선당후곰이 유행하니 부적격 당첨자도 늘고 있다. 올해 부적격 당첨자는 3400여 명에 달한다. 여기에 낭비되는 행정력만 해도 국가적 손실인데 정부는 또다시 제도 개편을 시사하며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
개편 시기도 의문이다. 줍줍이 로또가 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올해 2월만 해도 '20억 로또'로 불리는 개포동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 무순위 청약 때도 101만명이 몰리며 청약 홈페이지가 멈춰섰다. 정부가 진정으로 무순위 청약 제도 개편 의지가 있었다면 지난 3월, 6월에 있었던 청약 제도 개편에 그 내용을 포함시켰어야 했다.
결국 거듭되는 제도 개편으로 혼란을 겪는 것은 내 집 마련이 간절한 서민들이 됐다. "주거 안정 기반을 강화해 나가겠다"는 박상우 장관의 말이 ‘공염불’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