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세계의 이목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쟁에 쏠린 사이 우크라이나 동부 전선 공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2일(현지시간) 동부 전선의 격전지 중 한 곳인 도네츠크주 부흘레다르(러시아명 우글레다르)에서 병력을 철수시켰다고 밝혔다.
탄광마을 부흘레다르는 한때 1만4000명이 살던 곳이었으나, 2년 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최전선이 됐다. 러시아 주요 보급선을 직접 포격할 수 있는 전략 요충지였던 까닭에 러시아군은 2년 내내 끊임없이 이곳을 공격했다. 지금은 민간인이 거의 없고 대부분의 건물이 파괴된 유령도시에 가까운 곳이 됐다.
러시아군이 사용한 활공폭탄은 구형 항공폭탄에 유도키트를 장착한 무기다. 보통 60∼70㎞ 바깥에서 투하되는 까닭에 부흘레다르의 우크라이나군은 이에 대응할 수단이 없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방적으로 포격 당하던 우크라이나군 지휘부는 부흘레다르를 포기한다는 결정을 내렸고, 러시아군은 2년간의 공세 끝에 이 마을을 손에 넣게 됐다.
다만,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비록 러시아가 부흘레다르를 점령했지만 전선을 밀어붙이는 데 당장 큰 도움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곳이 보급선상에 위치해 있지 않은 데다 우크라이나군 병참기지가 있는 포크로우스크를 겨냥한 러시아군 주공(主攻)과는 50㎞ 가까이 떨어져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WSJ은 "이 요새를 상실한 건 주(主)전선과 동부 전선에서 우크라이나에 가해지는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는 신호"라면서 "이는 우크라이나가 2년 반 동안의 전쟁 끝에 갈수록 암울한 상황에 직면하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진단했다.
우크라이나를 돕는 서방 국가들이 느끼는 전쟁 피로감이 커지는 것도 문제다. 당장 유엔총회를 계기로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서방 동맹국들로부터 더 많은 원조를 받아내려 시도했으나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원조를 대폭 늘리겠다고 했지만, 우크라이나 측의 핵심 요구사항이었던 서방제 무기를 이용한 러시아 본토 공격은 수용하지 않았다.
러시아는 2일 우크라이나 제2 도시인 북동부 하르키우에도 활공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당국은 하르키우 시내 5층 아파트 건물에 폭탄이 떨어져 화재가 발생하고 최소 10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스라엘을 공격한 이란의 탄도 미사일을 미국 등 동맹국들이 공동 방어한 사례를 거론하며 우크라이나 역시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는 세계와 협력국들로부터 필요한 도움을 충분히 받아야만 한다. 중동에서 이란의 범죄적 폭격이 있을 때마다 국제적 연합체가 어떻게 함께 행동에 나서는지 보라"고 말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